낙태약은 임신 유지 호르몬을 차단해 태아를 사망케 만들고, 그 시신을 모체에서 빼내는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약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그 중 미페프리스톤 박스의 모습이다. 미페프리스톤은 호르몬을 차단해 태아가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공급 받지 못하게 만든다. OSV
낙태 약물이 수입품목 허가 요건을 갖췄다면 정부가 이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낙태약 허가와 관련한 법제처의 공식 법령 해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법제처의 해석은 ‘합법성’의 판단일진 몰라도 ‘도덕성’에 대한 답이 될 순 없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겸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법제처는 ‘낙태약 수입허가가 모자보건법 규율의 대상인가’라는 절차적 물음에 답했을 뿐 ‘태중 생명이란 무엇이며 그 생명을 약물로 끝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에는 답한 바가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위반이 아니라는 것과 옳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같은 법제처의 해석을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낙태 약물 허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돼 종교계 대응이 주목된다. 법제처는 21일 식약처의 이와 관련한 질의에 “의약품 수입품목허가는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장이 행하는 처분”이라며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른 ‘의사의 수술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낙태약에 대한 수입품목 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은 형법상 낙태죄 적용이 배제됨으로써 낙태에 대한 처벌 면제의 기준으로 기능한 규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법제처는 또 “안전성 등이 확인된 의약품에 대해서까지 수입품목 허가를 금지해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오히려 모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보호라는 모자보건법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수입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가 안전성과 유효성 등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경우, 식약처가 낙태약을 수입품목으로 허가하는 것이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기속행위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행정기관이 재량으로 거부할 수 없는 행위를 뜻한다. 허가에 필요한 법정 요건을 갖췄다면 식약처는 원칙적으로 허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식약처에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미프진) 품목허가 심사가 접수돼 있다.
오 신부는 “기속행위 논리는 주수 확인·자궁외임신 선별·후속 관리와 같은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을 담보할 조건을 요구할 행정 재량마저 없애버린다”며 “이미 낙태약을 허용한 미국에서도 왜 미프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는 여성을 정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태아를 함께 지키고자 한다”며 “낙태약이 특히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중을 기하는 정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