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자신을 위해 산 적 없던 따뜻한 동생'' 기리며 400㎞ 전국 무명 순교자 성지순례
순교자 묵상하며 유 주교 정신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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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오른쪽)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대전교구 신리성지에서 순교박물관을 견학하고 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순례단이 18일 대전교구 신리성지에서 순례를 재개하며 자전거에 오르고 있다.
“무명 순교자 성지순례를 기획한 것은 평소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살폈던 동생 유경촌 주교님의 사목 철학과 맞닿아있습니다. 박해 속에도 배교하지 않고 목숨을 바친 평범한 백성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을 향한 마음을 모으는 것, 그리고 이 정신을 이어 살았던 유 주교님을 기억하며 순례에 임했습니다.”
유인촌(왼쪽 두 번째)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순례단이 18일 대전교구 신리성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유인촌(토마스 아퀴나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21일 약 일주일간 지난해 선종한 동생 유경촌 주교 1주기를 기리며 자전거에 올라 1000리(약 400㎞)에 이르는 성지 순례를 마무리했다.
명 유인촌(가운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대전교구 신리성지에서 순교박물관을 견학하고 있다.
유 전 장관 등 ‘무명 순교자성지 자전거 순례단’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유 주교 1주기 당일인 15일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 있는 유 주교의 묘소를 참배하며 순례길에 올랐다. 16일 전주교구 익산 나바위성지에서 출발해 대전교구 청양 다락골성지, 보령 갈매못성지, 서산 해미성지, 당진 솔뫼·신리성지, 공주 공세리성당 등을 거쳐 수원교구 화성 남양성모·요당골성지, 서울 절두산·서소문성지를 지나 2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당도하면서 순례를 마무리했다.
유 전 장관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렇듯 순례는 결국 끊임없는 자기 반성의 시간과 같다”며 “전국의 고개와 산을 자전거로 넘으며 주님의 기도를 외우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봤다. 목숨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음을 느끼며 믿음이 한층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도 전 구간을 페달을 밟으며 이동했다. 중간 기착지인 성지에서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상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이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헌신했던 동생 주교를 추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유 주교의 사목 표어와 문장을 가슴에 새긴 셔츠를 입고 순례에 임한 유 전 장관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마다 유 주교님 생각이 깊이 났다”면서 “평생 자신을 위해 산 적이 없던 사람이었고, 어린 나이부터 소신학교에 입학해 집을 떠나 있었다. 형으로서 곁에서 더 챙겨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늘 가슴에 남아 길을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동생은 바쁜 와중에도 항상 남을 살핀 이였다. 유 전 장관은 “겨울에 추워 보여 제가 파카를 사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노숙인에게 벗어주곤 했다”며 “바쁜 일정 중에도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밤늦게라도 가족 여행지를 찾고, 가족들의 생일마다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는 등 모임을 이끌던 따뜻한 내 동생”이라고 추억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명동밥집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21일 마지막 여정으로 유 주교가 생전 설립에 헌신했던 명동밥집을 찾아 어려운 이웃에게 한 끼를 대접했다. 그는 “명동밥집에서 봉사하며 순례를 마친 것은 뜻깊은 마침표였다”며 “정기적으로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내비쳤다.
유 전 장관은 동생 유 주교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무명 순교자를 기리는 자전거 성지순례코스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유 주교님을 추모할 수 있도록 거창하고 화려하기보다 그분의 삶에 어울리는 작고 차분한 기억의 공간을 구상 중”이라면서 “이번 나바위부터 충청 서해안 코스를 시작으로 제주·경북·경남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 코스를 성지로 묶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한국에도 순교자들의 흔적이 깃든 ‘순교자의 길’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주교의 생전 모습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는 마음을 거듭 내비쳤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이 흐려지기 마련이지만, 주교님을 기도로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주교님 사목 표어인 ‘서로 발을 씻어주어라’는 가르침처럼 남을 배려하고 헌신하는 삶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순례 동안 좋은 날씨를 주신 것도 주교님께서 잘 보살펴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