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 이동현·김탁환 / 해냄
물꼬·둠벙·달집·그루터기·볍씨⋯. 대략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 단어도 많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촌의 모습이 일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매일 이들 단어 속에 파묻혀 사는 이가 있으니, 바로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생태 공동체 ‘미실란’의 이동현(안토니오) 대표다. 박사 출신 농학자인 그는 매일 씨앗을 고르고 논 흙을 만진다.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이동현 농부가 기록한 농사일기에 마을소설가 김탁환 초보 농사꾼이 미실란의 철학을 더한 생태 에세이다. 저자들이 땅을 일구는 사람임을 강조하듯 1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절기와 그에 따른 농촌의 모습, 농작물과 농심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곡성 폐교에 들어선 미실란은 농업회사법인이다. 270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20년간 유기농 발아 현미와 친환경 곡물 가공식품을 연구·생산하고 있다. 단순한 쌀 생산 기업을 넘어 지역의 생태·문화예술 거점으로도 자리 잡았다. 학생들이 논을 체험하는 생태학교는 물론 ‘작은 들판 음악회’와 ‘섬진강 마을 영화제’ 등의 문화 활동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산농촌문화상(2015),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주관하는 모범농민상(2019) 등을 받았다. 광주대교구 (재)생태환경농업연구소 이사를 지냈고,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통해 지역과 생태, 공동체를 아우르며 살고 있다. 김 작가는 “돌봄은 거창하고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뭇 생명을 하나 하나 주목하고 살피며 충분히 시간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실천”이라며 미실란의 정체성을 밝혔다.
책 곳곳에도 자연 앞에 인간으로서의 겸손함, 인고 끝에 낟알 하나를 틔우는 시간의 무게에 대한 겸허함, 생명을 환대하고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이 책은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 농부의 다짐, 그리고 농촌이 다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한 지역민의 고백”이라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