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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위원의 평화칼럼] 전쟁이 숨긴 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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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극적인 인명 피해를 넘어 지구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참혹한 환경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댐이 파괴되고 국토의 30가 지뢰와 중금속에 오염되는 등 치명적인 생태계 참사를 일으켰다. 수십만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해 주요 탄소 흡수원이 파괴되고 원전 주변의 교전과 화재는 방사능 유출이라는 전 지구적 공포를 키웠다.

3년간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2억 3000만 톤으로 중소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선다. 군용 중장비와 무기 사용, 폭발과 산불, 토양 오염, 여기에 전후 복구 과정까지 더하면 엄청난 양이다. 온실가스는 햇빛의 열을 가두어 지구 온난화를 극심하게 가속한다.

분쟁환경관측소(CEOBS)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군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를 차지하며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군대의 직접적인 운영과 방위 산업 공급망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7억 5000만 톤이다. 또 군용기와 함정, 장갑차 등 무장 장비의 연료 소비에 따른 직접 배출도 연간 수억 톤에 달한다.

군사적 무력 충돌과 환경 파괴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무력 충돌로 방출된 대규모 온실가스는 전쟁 당사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아무런 책임이 없는 다른 국가에 가혹한 기후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군사행동이 공동의 집 지구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범죄임이 실증되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0.04에 불과한 네팔이 최근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규모 산악 홍수 피해를 봤다. 네팔 외무장관은 이번 참사를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위기로 규정하고 미국·중국·인도 등 다배출국을 향해 기후 피해 배상금을 공식 요구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구호 형태인 ‘원조’에서 벗어나 배출국들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정의와 배상’으로 외교 기조를 전환한다고 밝혔다.

군사 활동과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수십 년간 국제 기후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1997년 교토의정서 당시 미국의 요구로 군사 작전 배출량이 감축 의무에서 제외됐고, 2015년 파리협정도 보고를 자발적 선택에 맡기는 한계를 보였다. 국제법상 제재 수단도 없어, 대다수 군사 강국은 안보를 이유로 탄소 발자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군사 분야가 기후위기의 성역으로 방치되어선 안 된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는 군사 배출량의 측정 표준화와 의무 보고제 도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쟁과 군대의 막대한 탄소 배출을 데이터화해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을 개정해 생태계 파괴와 탄소 방출을 유발하는 무력 행위를 ‘에코사이드(Ecocide·생태계 학살)’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법적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

기후위기에는 국경이 없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쟁과 생태 파괴의 악순환을 경고하며 이렇게 인류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 2,4) 전쟁터의 폭발과 화염이 지구의 생명선을 끊어놓고 무기와 군사에 쓰이는 막대한 자원에 창조 세계는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황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창조주와의 관계 회복을 역설하고 있다. 창조시기를 지내는 지금, 공동의 집 지구는 포화로 울부짖고 있다. 국제사회가 전쟁의 폭력을 멈추고 파괴의 도구를 생명의 살림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군사 분야에 대한 전 세계 각국의 생태적 회심과 구체적인 행동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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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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