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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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현실

[월간 꿈 CUM] 영혼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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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함롱성당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우리는 ‘전형적’인 모습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아이들은 늘 배고파야 하고, 동남아 나라도 가난해야 하며, 미국은 언제나 세계 최고이고 유럽은 우아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곳에 직접 머물러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우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탐닉합니다.
사제는 어떠해야 하고 수도자는 어떠해야 하며 신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 선교지에 갔을 때 저는 선교지는 순수함이 가득한 곳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과거 영화 ‘미션’에서 주인공 선교사가 폭포를 열심히 거슬러 올라가서는 오보에를 연주해서 미개하기 짝이 없는 원주민들을 감화시키는 식의 스토리가 선교 생활일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착각이 깨어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선교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선교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 사람들의 내면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느끼는 것들이 똑같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선교지의 문화와 현실에 기반해서 그렇게 될 뿐이었습니다.

그곳에도 탐욕을 부리는 사람이 있고 그곳에도 허영에 빠진 사람이 있으며 그곳에도 신심이 깊은 사람도, 또 아예 신앙이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모두 뭉뚱그려 비슷한 이미지로 묶어 버리면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신앙 역시도 이렇게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적인 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신앙생활에 빠져듭니다. 하느님을 대충 하늘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로 그려놓고 마치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를 노려보시는 분으로 생각하는 식입니다. 그런 배경 하에 신앙생활도 이루어집니다. 대충 신앙에 다리 하나를 걸어 두고는 세속에 푹 빠져 살다가 주일 미사나 빠지면 성사나 보고 대충 때우는 식입니다.
보지 못하는 것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탓이 없지만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볼 수 있는데 볼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어 먹고 살아가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신앙의 영역에 돌아서면 우리는 어리석고 게으른 이들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초보적인 신앙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훗날 가지게 될 직업을 떠올리듯이 신앙을 떠올리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지닌 신앙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꽤나 실존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고 초월적인 가치를 배우고 익혀서 더디지만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합니다. 신앙은 절대로 허황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욕구들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대비책을 만들어내고 그릇된 욕구들을 하나씩 물리쳐 나가야 합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신뢰 안에서 영원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흐릿한 이미지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매일의일상 속에서 실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주임 사제로서 고해소에 앉아 있으면 신자분들의 신앙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퍼센트로 아직도 신앙의 막연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분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하느님은 유니콘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딱히 믿지 않으며 그렇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런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아파 옵니다.

훗날 우리가 후회하게 될 일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스스로 내던져 온 현실을 마주하면서 슬퍼하고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글 _ 마진우 신부 (요셉, 대구대교구 초전본당 주임)
2005년 서품. 남미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즈에서 선교했으며, 현재 유튜브 ‘겸손기도 신부’(@semitoon)와 블로그(https://semitoon.blogspot.com)를 통해 세상에 말씀을 전하고 있다. 평화방송 TV ‘겸손기도 신부의 와서 보시오’에 출연해 주목받았으며, 에세이집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교리서 「포근한 가정 교리서」, 만화책 「SEMITOON」 「PRIESTOON」을 펴냈다. 뼛속 깊이 선교사인 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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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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