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토요일, 서울대교구 태릉성당 앞마당에 시끌벅적 활기가 넘쳤다.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고, 신자와 주민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음식을 나눴다. 처음 만난 이웃끼리도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대교구 태릉본당과 공릉동꿈마을공동체가 19일 '태릉성당 열린 마당'을 열고 지역주민들을 초대했다.
신자들만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성당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신자와 주민 등 500~600명 가량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성당이 동네 사랑방으로
이날 태릉성당 앞마당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동체 놀이, 떡메치기, 봉숭아 물들이기, 반려식물 심기, 컬러링존, 밖으로 나온 도서관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성당에서 열린 행사인 만큼 천주교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태릉성당 도슨트, 1일 고해소, 묵주병원, 신앙서적 판매, WYD 소개 부스 등이 운영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접할 수 있었다.
의류 나눔 바자회와 먹거리 판매도 열렸다. 해가 저물자 성당 앞마당은 야외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낮에는 함께 놀고, 저녁에는 함께 영화를 보며, 성당을 매개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태릉본당 보좌 김윤재 신부는 "종교를 떠나서 신자가 아닌 분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교우촌 컨셉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날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 중 하나는 '어린이식당'이었다.
주일학교 자모회가 준비한 돈가스는 130인분. 돈가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준비한 음식은 금세 동이 났다.
공릉동꿈마을공동체 이승훈 공동대표는 "어린이식당은 아이들과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미리 만나는 재미도 더해졌다.
행사장에서 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도장을 받은 참가자들에게는 태릉본당이 제작한 'WYD 키링'이 선물로 주어졌다.
성당과 마을공동체의 인연
태릉성당과 공릉동꿈마을공동체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에는 성당 납골당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공릉동꿈마을공동체 이승훈 공동대표는 "당시의 아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역의 여러 단체와 주민들이 모였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뜻이 모였다"고 했다. 그 중엔 태릉본당 신자들도 있었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공릉동꿈마을공동체에는 6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봄에는 어린이잔치, 가을에는 청소년축제를 함께 열고, 매달 어린이식당도 운영한다.
이승훈 공동대표는 "공동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함께 실행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며, "이번에 성당 앞마당을 열고 주민들을 초대한 것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일"이라고 했다.
이번 열린 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성당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다.
이승훈 공동대표는 "성당이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신자가 아닌 분들에게는 경계가 느껴지고 긴장되는 공간일 수 있다"며 "비신자들도 편안하게 성당에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바람은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들은 성당에서 밥을 먹고, 앞마당에서 놀았다. 어른들은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관람했다.
성당을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주민센터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천막과 테이블 등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다.
"세계 청년들 반갑게 맞이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