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편안치 않은 상황, 그리고 편안치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은 풍랑을 만난 듯 힘이 들고,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당혹스런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건 반드시 의미는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좌절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마음도 근육이 있는데,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약해지듯이 마음도 그렇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방법은 불편한 상황, 불편한 사람들을 참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악조건을 견뎌내다 보면 마음에 근육이 생겨서, 웬만한 일에 넘어지지 않는 힘이 생깁니다.
두 번째는 세상이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우리들의 유아적인 이기심을 부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기도가 뜻대로 이루어지고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까요? 시간이 갈수록 교만이 극을 달리게 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생사의 불편함은 유익함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좌절과 시련에 시달릴 때, 하느님을 원망하고 사람들을 원망하였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하면서.
마음은 우울하고, 불안하고, 잠도 못 자고,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무력감이 몰려오고, 기도에 대한 응답은 없고…. 하루하루가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힘겨운 시간이 끝나고 돌아보면, 예전보다 더 강해진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성가 켄 윌버(Ken Wilber, 1949~ )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우주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스스로의 사명과 역할을 충분히 자각하여, 가능한 한 자기 성장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신적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수반하게 될 시련과 고난을 기피한 나머지 자기를 높은 수준으로 높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거부하게 되고, 자아 수준에서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월버는 생물학의 상식 수준에서 볼 때, 발달을 거부한 생물은 반드시 기형화(奇形化)의 운명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서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
삽화 _ 이상자 할머니 (87세, 충북 괴산 거주, 개신교 신자)
젊은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나, 고단한 삶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하다 83세부터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오른쪽 눈 황반변성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임에도, 매일 붓을 놓지 않고 있다. 내일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열심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주님의 자녀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