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9월에 피는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꽃이 아름답거나 씨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항상 태양을 따라 돌고 돌면서 살아가는 해바라기의 속성 때문이다.
식물, 동물, 인간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는 태양 빛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생명체는 늘 남향(南向)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중에서도 해바라기는 밤낮 구분 없이 태양을 향해 서 있다. 해바라기를 관찰해보자.
아침의 해바라기는 반가운 인사라도 하려는 듯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동쪽을 향해 있다. 한낮에는 줄기를 길게 뻗어 태양을 똑바로 바라본다. 또 저녁 무렵에는 해와 석별의 정을 나누기라도 하듯이 하늘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밤에는 연인에게 실연(失戀)당한 것같이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틀어 동쪽으로 향한다. 그래서 꽃의 이름이 해바라기가 되었다.
그런 뜻으로 해바라기를 일본어로는 히마와리(ひまわり), 이탈리아어로는 지라솔레(girasole), 헝가리어로는 나프라포고(napraforgo), 한자어로는 향일화(向日花)라고 한다.
이런 해바라기는 언제부터인가 모습이 많이 변했다. 다른 식물에 뒤질세라 꽃 모양은 둥글게 더욱 커졌고, 키는 장대처럼 높아만 갔다. 자기만이 태양을 사모하고 독차지하려는 집념의 결과이다. 이렇게 지조(志操) 있게 살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태양을 닮은 꽃이 되었다.
해바라기의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해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해바라기에서, 태양을 닮았다는 뜻으로 ‘태양의 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어로는 선플라워(sunflower), 독일어로는 존넨플루메(sonnenblume)라고 불린다. 생명의 원천인 태양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태양 중심으로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태양을 닮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태양 같은 분은 누구인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현세적 삶에서뿐만 아니라, 내세의 삶에도 빛이 필요한데, 바로 그 생명의 빛으로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요한 8,12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생명체가 항상 태양을 중심으로 살아가듯이, 신앙인들은 늘 생명의 빛으로 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회개(悔改)란 삶을 뉘우쳐 고치는 것이다. 세속 중심의 잘못된 삶에서 주님 중심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릇된 삶을 뉘우치고 고쳐서 방향을 전환(轉換)해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뉘우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또 그러하기 위해 기도하며 희생하고, 성경을 읽고 봉사도 하며, 미사에 자주 참석해 성체도 모신다. 회개는 바로 해바라기와 같이 빛으로 오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주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돌 듯이, 우리도 신앙인으로서 매일 주님을 향해 돌고 돌아야 한다. 그러할 때 우리는 일편단심(一片丹心) 민들레처럼, 주님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주(主) 바라기’가 된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주님을 닮은 주님의 사람이 될 것이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 서품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