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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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시에나의 카타리나의 편지 : 자아 인식과 하느님 인식의 역동성

[월간 꿈CUM] 영성의 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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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에나 성 도미니코 성당에 보관된, 부패되지 않은 성녀 카타리나의 얼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저는 시에나의 카타리나(Catherine of Siena, 1347~1380)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고, 정규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저는 33년 인생 동안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결국에는 병들어 외롭게죽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1970년에 그리스도교 영성사의 위대한 신비가이며 교회박사1)로 천명하였더군요! 어째서 저와 같은 사람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평생 오직 그리스도만을 사랑하고 따르려 애썼을 뿐입니다.

제가 15세 경에 저의 어머니는 저를 시집보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예수님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에,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저를 하인들이 하는 허드렛 일을 시켜서라도 제 고집을 꺾어 보려고 하였고, 그래도 제가 고집을 꺾지 않자, 어머니는 저를 창고에 가두어 저의 뜻을 꺾으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저희 어머니를 나쁘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던 시대에 대부분의 여성은 시집을 가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창고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저는 늘 예수님과 수다를 떨었습니다. 예수님은 저의 수다에 늘 응답해 주셨고, 그 과정에서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자아 인식’과 ‘하느님 인식’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과의 대화 중에, 예수님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를 알아라. 나는 있는 분이고, 너는 없는 자다”(Conosci chi sei tu, e chi sono Io. Tu sei quella che non è; Io invece sono colui che è.- 「대화」, 제10장)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다가, 저는 하느님이 생명을 주신 피조물이기에, 하느님이 아니시면 이 세상에 살아갈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이후 저는 더욱더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생기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다면,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저와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으로서, 모든 것들의 근원이신 분이었습니다.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인식인데도, 저에게는 이 두 인식이 평생 동안 제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금언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저의 참 자아를 살아가기 위해서, 오직 예수님의 삶을 제 삶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우선, 저희 지역의 고아들과 환자들을 찾아가서 돌보았습니다. 제가 살던 시대에는 권력자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전쟁을 벌였기에, 저는 그들을 찾아다니면서 전쟁을 멈추도록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계셔야 하는 교황님이 프랑스 아비뇽에 계셔서, 교회에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아비뇽에 가서 교황님이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도록 편지를 쓰면서 기도하고 청원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황님이 이탈리아로 귀환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황님에 의해서 설교하는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당시 교회를 떠난 이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도록 권고하는 순회 설교자로 살았습니다. 이러한 저의 삶은 매우 고단했고 힘들었기에 포기하고 싶기도 하였지만, 저는 한 고집 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러한 저의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여러분들의 시대를 보니 많은 이들이 진정한 참 자아를 잃어버리고 거짓 자아를 참 자아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더군요!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하고, 심지어 우울증, 자존감 결핍 등등 수많은 내적인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참 자아 즉 하느님과 함께하는 자아를 찾을 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기 때문입니다.

둘째, 여러분도 하느님을 위한 ‘거룩한 고집’을 가지길 바랍니다. 제가 예수님만을 따르기로 결심한 이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았듯이, 여러분도 세상의 유혹과 혼란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고집을, 끝까지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의지가 준비되어 있다면, 하느님은 그것을 이루어 주신다.”

(Sii coraggiosa, figlia mia. Quando la volontà è pronta, Dio non mancherà di fornirti i mezzi.– 「대화」, 제135장) 아멘!


글 _ 이수완 교수 (로마노,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 영성신학)
2014년부터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에서 영성신학 강의하고 있다. 2019년부터 수원교구 시복시성 위원회의 순교영성 강학에서, 한역서학서들을 영성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및 강의를 하고 있다. 또 2021년부터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영성신학의 중요 주제들을 연구 및 강의하고 있다. 2012년부터 각 교구 및 본당에서 ‘성인들의 삶과 영성’ 강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성인들의 영적인 가르침을 소개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유튜브채널은 ‘이수완로마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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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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