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9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루르드 성모 성지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축복하고 있다. OSV
최근 조력사를 합법화한 프랑스를 사목방문한 레오 14세 교황은 “거짓된 연민을 가장해 죽음을 초래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9월 25~28일 프랑스 사목방문 중 생애 말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교황이 프랑스에서 조력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 최근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조력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황은 프랑스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생애 말기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프랑스 교회가 보인 입장을 언급하며 “교회의 목소리는 공적 영역에서 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지난 8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력사 법안을 공포하면서 세계에서 12번째로 조력사를 합법화했다. 세부 절차를 마련한 뒤 연내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프랑스 방문 사흘째인 9월 27일 루르드 성모 성지에서 병자와 장애인 순례자를 만나 “질병이 사람들을 불안과 절망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법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력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가짜 연민(거짓된 동정심)이라는 이름 하에 죽음을 초래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며 “합법적인 것이 반드시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의료계는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종사자들에게 “생명의 수호자가 되어야 하며, 배아나 노인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완화의료 시설과 관련 연구를 지속 확대하고, 환자들을 따뜻하게 동반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인간은 존재하며 영원을 향하도록 창조됐다는 사실만으로 존엄하다”며 “인간의 존엄은 측정하거나 논쟁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약자들에게도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니 낙담하지 말라”며 “루르드의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손을 잡아주고 계신다”고 당부했다. 또 간병인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이웃을 위해 베푼 헌신과 관대함을 젊은이들에게도 알려 달라고 당부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자신을 내어주고 섬기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