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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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교황 맞이한 프랑스 교회, 상처 치유와 쇄신 요구 받았다

교황, 9월 25~28일 프랑스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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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9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밤샘기도에서 청년들과 손을 맞잡으며 입장하고 있다. OSV


46년 만에 유네스코 본부 찾아 연설

화재 후 복원된 노트르담 대성당 방문

루르드 성지·이주민 센터서 위로 건네




레오 14세 교황의 나흘간 프랑스 사목방문은 인간 생명의 존엄을 거듭 확인하고, 세속화와 성학대의 상처 속에 있는 프랑스 교회에 쇄신과 희망을 당부하는 여정이었다.

교황은 9월 25~28일 파리와 루르드를 거쳐 동북부 국경도시 메츠에서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교황의 프랑스 방문은 2008년 베네딕도 16세 교황 이후 18년 만이다. 교황은 ‘세상이 생명을 얻도록’을 주제로 한 이번 사목방문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과 생명윤리, 이민자와 난민,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 만남과 유럽의 평화 등을 두루 강조했다.

첫날 오전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기후변화와 AI,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평화 등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교황은 프랑스 정부 관계자와 시민사회,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첫 공개 연설에서 오늘날 AI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윤리적 분별력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고, 세속화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협력과 타 민족 및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호소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9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루르드 성모 마리아 발현지 마사비엘 동굴에서 기도하고 있다. OSV


교황은 “‘기계의 낙원’이라는 이름 하에 (기술이) 우리 일상을 침범하는 상황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윤리적 분별력과 도덕적 선을 인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시급하다”며 “인간이 본래의 소명에 따라 번영하고, 내면의 자유와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선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회는 복음의 가치와 인간성을 굳게 지킨 노력 덕분에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을 몸소 실천해왔다”며 “이는 진정한 인간애의 본보기이며, 인간의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러면서 프랑스의 세속화를 언급, “진정한 세속성은 종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종교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와 종교 기관이 대화를 유지하고 공동선을 위해 협력해 세상에 생명이 깃들도록 노력하는 데 있다”고 당부했다. 또 수세기 동안 프랑스 당국과 교회가 협력을 통해 인도주의적 활동을 이룬 것을 치하했다.

이어 교황은 198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46년 만에 파리 소재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 청년·연구자·예술가·정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AI 시대의 인간의 본질에 관해 연설했다. 교황은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교육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며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취약성이 착취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평화는 조약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평화는 타인을 형제자매,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올바른 의지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거듭 평화를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9월 26일 샹젤리제 거리를 찾아 포프모빌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OSV


교황은 이후 포프모빌을 타고 파리 시내를 거쳐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기도했다. 지난 2019년 화재로 큰 피해를 본 대성당은 복원공사를 거쳐 2024년 다시 문을 열었다. 교황은 성직자·수도자들에게 “선교적 회심을 실천하고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머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생드니로 이동해 청년 8만 명이 모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밤샘기도에 함께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두려워하기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했다.

교황은 이튿날인 9월 26일 샹젤리제 거리를 찾아 포프모빌을 수차례 멈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아기들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했다. 이어 샹젤리제 거리 끝 콩코드 광장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80만 명이 운집했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를 비롯해 유력 대선 주자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등 프랑스 정·재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물질이 아닌 신앙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며 “오직 하느님만이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루르드 성모 성지로 이동, 성모 마리아 발현지 마사비엘 동굴에서 무릎 꿇고 침묵 기도하고, 루르드의 성모님께 프랑스 국민들이 형제애 넘치는 화합을 이어가길 간청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9월 27일(현지시간) 루르드 성모 성지에서 촛불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OSV


이번 사목방문의 또 다른 축은 고통받는 이들과 상처 입은 프랑스 교회를 향한 위로와 쇄신의 메시지였다. 교황은 9월 26일 파리대교구 이주민 및 난민 복지센터이자 사회통합지원단체인 메종 바키타에서 이민자와 난민들을 만났다. 이튿날 루르드 성지에서는 병자와 장애인 순례자들을 만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특히 최근 조력사를 합법화한 프랑스 사회에 “우리는 가짜 연민이라는 이름 하에 죽음을 초래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며 생명의 존엄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성직자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한 7명과도 비공개로 만나 상처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은 루르드 성지에서 주례한 미사 강론에서도 “교회는 성직자의 성학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흘간의 일정은 9월 28일 프랑스 동북부 국경도시인 메츠에서 마무리됐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유럽이 분열을 넘어 공동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종교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어 메츠교구 성 스테파노(생테티엔, Saint-etienne) 대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며 하나 된 유럽의 뿌리와 평화를 기원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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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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