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기후정의 실천 방안을 새롭게 모색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Network)가 9월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마련한 ‘아시아의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 AI 위기 속 돌파구 찾기’ 주제 학술대회에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학술대회에는 가톨릭기후행동과 불교기후행동 등 종교계와 국내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인도네시아·인도·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 기후정의 실천 활동가 6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약속한 ‘1.5도 억제’ 목표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공감하며 “전쟁과 분쟁으로 기후 대응이 지체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이를 더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무하마디야 기후센터의 야야 기스비야씨가 9월 18일 9월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열린 ‘아시아의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 AI 위기 속 돌파구 찾기’ 학술대회첫 번째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 IT for Change의 아디티 필라이씨는 ‘AI 안전문제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균형 잡기’란 주제 발표에서 “AI 활용을 위해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는 한 곳이 하루 500만 갤런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며 탄소 배출을 가속하는 등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쓰일 희토류 1톤을 채굴하는 데에 2000여 톤의 유독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ICE 상임대표 김종화 신부가 9월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열린 ‘아시아의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 AI 위기 속 돌파구 찾기’에서 발표하고 있다.
ICE Network 상임대표 김종화(작은형제회)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의 회칙 「고귀한 인류」를 바탕으로 “AI 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다른 피조물의 관계성 및 인간 이해에 대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신부는 “AI는 인간의 데이터를 모두 복제하면 ‘나’라는 존재 역시 복제할 수 있다는 트랜스휴먼 차원의 관점을 갖지만, 인간은 단순한 정보나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몸과 영혼이 하나로 결합한 존재”라며 “하느님과 인간, 모든 살아있는 피조물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회칙의 시각을 바탕으로 AI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주의 회복이 기후정의 실천의 선결 과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시아 각국에서 기후정의 활동을 펼치는 Asia Peoples’ Movement on Debt and Development 활동가 리디 나필씨는 지난 4월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57개국 대표가 모여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로드맵을 논의한 ‘제1차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국제회의’ 사례를 언급하며 “화석연료 퇴출이 어려운 배경 중 하나는 기후 대응에 일부 강대국의 목소리 외에 제대로 된 국가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취약한 정치·경제 상황과 부족한 인프라 탓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지부진한 것 역시 문제의 원인”이라면서 “기후위기는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공정한 에너지 접근권을 보장하고 기후 대응에 각국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