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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유산, 말기 암환자 돌봄 쉼터로 결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축복 고 김계숙씨 기부가 마중물 생의 말기, 화해와 용서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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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봉헌된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축복식에서 건립에 힘써 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말기 암환자의 영적 보금자리가 인천 강화에 마련됐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마뗄암재단은 9월 17일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안골길61번길 17-12 현지에서 말기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무료 돌봄 쉼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축복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가 주례하고 염수정 추기경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성직자·수도자·후원자 등 500여 명이 함께하며 첫걸음을 축하했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은 약 600평 규모로 18개 병실을 갖췄다. 1층에는 진료·처치실·식당·상담실, 2층에는 병실과 성당·기도실·가족 휴식 공간이 자리한다. 3층에는 수녀원과 사제관·자원봉사자실, 그리고 이 집의 출발점이 된 고 김계숙(가브리엘라)씨를 기억하는 방이 마련됐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축복 미사가 9월 17일 정신철 주교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첫 삽을 뜨게 한 고 김계숙씨의 오빠 김성주 대표가 이영숙 수녀로부터 공로패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22년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고 2주 만에 하느님 품에 안겼다. 오빠 김성주(베드로)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는 동생이 평생 아껴 모은 유산 20억 원을 2023년 마뗄암재단에 기부했다. 말기 암으로 선종하면서도 암 치료를 받지 못했던 동생의 유산을 고통받는 말기 암환자를 위해 의미 있게 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후 김 대표도 4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재단은 김씨의 세례명을 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으로 이름을 짓고 2024년 6월 첫 삽을 떴다. 이로써 2005년 정식 인가를 받고 20년 넘게 암환자와 가족에게 심리·정서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온 마뗄암재단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돌봄의 손길을 넓히게 됐다.

김 대표는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근검절약이 이제 삶의 마지막 길에 선 많은 말기 암환자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게 된다”며 “그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옆에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정신철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이곳에 오는 분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로 준비하게 된다”며 “수녀님들은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고통을 나누며, 화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기도 안에서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곳이 영적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모든 이에게 빛을 줄 수 있는 구원의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며 “주님께서 아픈 이들의 짐을 대신 짊어지시고 위로와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마뗄암재단 이사장 이순이(한국순교복자수녀회 총장) 수녀도 “삶의 마지막을 맞은 암환자와 가족이 함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감사와 화해 속에서 삶을 아름답게 완성해가는 거룩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하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둥지가 되도록 기도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9월 17일 열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축복식에서 정신철 주교가 성수를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40여 년간 호스피스 사목을 이어온 재단 사무국장 이영숙 수녀는 “이곳은 하느님과 나 자신의 화해, 나와 가족의 화해를 이루고 일생의 삶을 정리하는 집”이라며 “이 세상에서는 마지막이지만 천국에서는 시작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도 시작도 최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광 중에 천국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 후 기념식에서는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 건립에 힘써준 이들을 위한 감사패와 공로패가 수여됐다.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은 일반적인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말기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무료 돌봄 쉼터로 운영된다. 입소 대상은 말기 암환자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며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용 기간은 최대 한 달이다. 재단은 2~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12월 정식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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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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