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김희중 대주교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청과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김 대주교는 1일 CPBC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겸손하고 진지하게 많이 들어주시는 대통령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비서실이나 해당 기관을 통해 부연 설명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이 들어주시고, 깊이 생각해주시고, 하실 말씀은 핵심적인 내용만 전달해주시면 큰 그릇의 대통령이 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가 강조한 대통령의 소통은 '얼마나 많이 말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듣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 소통과 국정 운영의 역할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 국정의 세부 현안까지 직접 챙기는 이른바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보다는, 참모와 관계 부처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대통령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책임자"
김 대주교는 "대통령이 특정 정파나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위한 책임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주권정부 탄생은 더 공정한 세상과 민주주의 수호를 희망했던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따라서 이 정부는 몇몇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희생과 열망을 다시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일부 정치인들이나 정당이 권력을 위한 분쟁으로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국가 정상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 국민 모두의 힘을 결집시키는 정부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름은 틀림 아냐, 대통령은 지휘자"
김 대주교는 대통령의 또 다른 역할로 갈등을 조정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를 '대화의 기술'이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정치란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들이 무분별하게 대척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조화시키며 최대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쉽게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름은 다름일 뿐이지 틀린 게 아닌 경우가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역할을 화가와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양한 색깔의 꽃을 조화시켜 아름다운 작품을 창출하는 화가처럼, 또 서로 다른 악기의 특징을 조화시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지휘자처럼 각자의 의견에서 핵심과 장단점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사는 전문성과 검증, 친소관계는 경계"
인사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공직의 전문성에 검증된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발하되, 학연이나 지연이나 개인적인 친소관계에 치우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동시에, 객관적인 검증과 공정한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들에게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봉사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소외된 국민 배려했으면"
김 대주교는 대통령의 시선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까지 닿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력이나 국방력만으로 국가의 수준을 판단하기보다, 사회에서 가장 외면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주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가장 외면당하고 있는 계층이 어디인지, 또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낙엽처럼 생명이 존중되지 않는 계층이 어디인지 보시고 잘 배려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생명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생명의 존엄성을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약 도입과 관련해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언급하며 "낙태약의 무분별한 사용을 허용하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정 쇄신의 출발점은 '리더십 변화'
김희중 대주교의 제언은 결국 국정 쇄신을 사람의 교체만으로 보지 말고,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모인다.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며, 인사는 전문성과 검증을 바탕으로 하고, 국정의 시선은 가장 소외된 국민에게까지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주교가 강조한 대통령 리더십은 자신의 목소리를 앞세우는 리더십보다 듣는 리더십, 갈등을 키우는 리더십보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화시키는 리더십에 가깝다.
한마디로 김 대주교가 말하는 '큰 그릇의 대통령'은 많이 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많이 듣고 깊이 생각한 뒤 국민 모두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