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
세계교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황 “서울 WYD,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 되길”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레오 14세 교황이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제와 남녀 수도자들을 만나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한반도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10월 5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인 사제·수도자 169명을 만났다. 서울 WYD 준비와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건물 축복 25주년을 맞아 이뤄진 자리다. 교황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서울 WYD 준비 관계자들과 한인신학원 공동체를 특별히 격려했다.

한국교회의 독특한 신앙 역사를 되짚은 교황은 그 역사가 오늘날 교회에 건네는 두 단어로 ‘기억’과 ‘희망’을 꼽았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 일에 감사하고, 오늘 우리에게 맡기신 것을 책임 있게 이어 가는 것”이라며, 희망에 대해서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에 어떤 어둠도 끝내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와 전쟁, 가난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선 한국 민족의 “놀라운 정신적 강인함”도 언급했다. 이러한 끈기가 복음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지 않은 채 시련을 견뎌 내는 그리스도인의 굳셈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교황은 특히 한국교회의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를 ‘땀의 순교자’로 소개했다. 최 신부가 11년 동안 멀리 흩어져 숨어 지내던 신앙 공동체들을 찾아다니며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를 전하고 온 삶을 봉사에 바쳤음을 상기시키면서, “한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순교가 있는가 하면 날마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드러나지 않는 순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로운 이들에게 다가가고 지친 이들을 북돋우며 멀어진 이들을 찾아 나설 것을 요청하고,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고, 대화할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분단된 한반도를 향해서는 화해와 평화를 강조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고 전한 교황은 “판단하기보다 경청하고, 원한을 품기보다 용서하며, 대립보다 친교를 선택할 때 평화는 시작된다”면서 한국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하나 되어 평화의 일꾼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WYD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가 걸어온 신앙의 여정과 연결했다. 교황은 “한때 선교지였던 한국은 오늘날 선교사를 파견하는 나라가 됐다”며 "이는 앞서 간 이들의 신앙과 희생이 맺은 소중한 열매”라고 전했다. 이어 “기억은 선교를 낳고, 선교는 희망의 길을 연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순교자들의 증언을 통해 복음이 뿌리내리고 자라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서울 WYD가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순교자들이 새로운 세대에 신앙을 건네고, 젊은이들은 이를 받아 세상 곳곳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WYD 준비 관계자들에게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걸으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하게 하고, 신앙은 삶의 폭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지평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깨닫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마음에 간직해 달라며,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증인, 평화의 일꾼”이 되기를 기원했다.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연설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들에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환영합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 여러분을 맞이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기억이 살 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은 한국에서 받은 신앙의 뿌리를 발견하고 새로운 선교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멀리서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에서는 집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건물 축복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와 보편교회를 위해 봉사해 온 신학원 공동체에 축하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교회의 역사는 참으로 독특합니다. 한국에서 신앙은 놀라운 방식으로 뿌리내렸고, 그리스도교 문헌을 접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더 알고자 했던 이들의 진실한 진리 탐구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 탐구는 세례를 받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졌고, 세례를 통해 초대교회를 떠올리게 하는 공동체가 탄생했습니다.(사도 4,32 참조) 이 역사는 우리에게 두 단어를 건넵니다. ‘기억’과 ‘희망’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 일에 감사하고, 오늘 우리에게 맡기신 것을 책임 있게 이어 가는 것입니다. 희망 또한 단순한 낙관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에 어떤 어둠도 끝내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입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증언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한국 민족은 역사 전체에 걸쳐 놀라운 정신적 강인함을 보여 왔습니다. 박해와 전쟁, 가난과 분단을 겪었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서 미래를 바라볼 줄 알았습니다. 복음의 빛 안에서 이러한 끈기는 그리스도인의 굳셈이 되었습니다. 곧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지 않은 채 시련을 견뎌 내는 힘입니다. 순교자들의 기억을 간직한다는 것은 그들의 믿음이 우리의 선택과 봉사, 용서와 자기 봉헌 안에서 계속 살아있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특히 한국 교회사에서 두 번째 사제이자 ‘땀의 순교자’로 기억되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떠올립니다. 그는 11년 동안 멀리 흩어져 숨어 지내던 신앙 공동체를 찾아 한국 곳곳의 길을 지칠 줄 모르고 다니며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를 전했고, 마침내 봉사에 온 삶을 다 바쳤습니다. 그의 증언은 우리에게, 한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순교가 있는가 하면 날마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드러내지 않는 순교도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름받은 길입니다. 날마다 사랑으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선을 행할 용기가 있는 사람 말입니다. 외로운 이들에게 다가가고, 지친 이들을 북돋우며, 멀어진 이들을 찾아 나서십시오.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고, 대화할 용기를 가지십시오. 선은 언제나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사랑을 위한 일상의 용기로 우리의 복음 선포는 더 신뢰를 얻습니다. 이렇게 살아갈 힘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우정에서 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 여러분, 이 우정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성체성사 안에서, 말씀을 듣는 가운데, 기도와 주님 앞에서의 침묵 속에서 우정을 길러 가십시오. 그분과 함께 머물 때 우리는 성소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고, 그분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스도와의 우정은 또한 우리를 형제애로 이끕니다. 여러분은 서로 다른 교구와 수도회, 수도 공동체에서 왔으며 각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을 시노달리타스의 원천으로 삼으십시오. 시노드 교회는 같은 주님을 따라 함께 걷는 교회입니다. 서로의 말을 듣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상대를 결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자매이자 여정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교회입니다. 이 점은 여러분의 조국을 생각할 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이 언제나 화해를 이루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평화는 일상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판단하기보다 경청하고, 원한을 품기보다 용서하며, 대립보다 친교를 선택할 때 평화는 시작됩니다. 하나 되어 평화의 일꾼이 되십시오. 새로운 만남의 길이 열리고, 평화의 복음이 한반도의 모든 곳과 온 세상에서 자유롭게 선포될 수 있도록 계속 일하고 기도합시다. 한때 선교지였던 한국은 오늘날 선교사를 파견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는 앞서 간 이들의 신앙과 희생이 맺은 소중한 열매입니다. 기억은 선교를 낳고, 선교는 희망의 길을 엽니다. 다가오는 세계청년대회는 이 모든 것을 드러낼 것입니다.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순교자들의 증언을 통해 복음이 뿌리내리고 자라난 땅으로 올 것입니다. 저는 이 대회가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순교자들이 새로운 세대에 신앙을 건네고, 젊은이들은 그 신앙을 받아 세상 곳곳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하게 하고, 신앙은 삶의 폭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지평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깨닫도록 도와 주십시오. 이미 하고 있듯, 열정을 다해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이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여러분의 순교자들은 이 말씀을 잘 이해했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호의적인 상황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미 승리하셨다는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믿음 안에서 굳세고, 사랑 안에서 너그러우며, 희망 안에서 흔들리지 마십시오. 선을 행하는 데 결코 지치지 마십시오. 그것이 대가를 요구할 때에도,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그렇습니다. 사랑으로 행한 어떤 일도 하느님 앞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묵주기도 성월에 저는 여러분과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을 한국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맡깁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 그리고 모든 한국의 성인들과 복자들이 여러분과 동행하며, 여러분이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증인, 평화의 일꾼이 되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수도 생활을 함께하는 형제자매들, 그리고 한국의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진심으로 축복을 내립니다. 감사합니다! 클레멘스홀

2026년 10월 5일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10-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10. 12

시편 50장 24절
찬양 제물을 바치는 이가 나를 공경하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이에게 하느님의 구원을 보여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