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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프랑스 교회·사회 변화 보여 준 교황의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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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레오 14세 교황도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며 “베니, 비디, 비치(Veni, vidi, vici)”, 곧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칼을 들고 갈리아를 정복했던 카이사르와 달리, 교황은 연민과 사랑의 메시지로 프랑스를 사로잡았다. 그는 세속화된 프랑스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으로 예수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9월 25~28일 진행된 사목방문에서 프랑스 국민이 교황과 그의 메시지에 보인 반응은 놀라웠다. 젊은이들은 그를 록스타처럼 환영했고, 유럽의 지도자들은 존경받는 세계 지도자로 맞았으며, 수십만 명의 프랑스인은 목자로서 그를 받아들였다.

25일, 스타드 드 프랑스는 환호하는 젊은이 8만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노래하고 기도하며 교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같은 시간 파리에서 열린 셀린 디옹의 콘서트에 3만5000명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교황이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셈이다.

더욱 놀라운 장면은 이튿날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 80만 명이 운집한 것이었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약 1.9㎞에 이르는 샹젤리제 거리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고, 경찰은 추가 공간까지 개방해야 했다. 27일 루르드에서 교황이 집전한 주일미사에도 15만 명이 참여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국민 절반가량이 종교에 소속돼 있지 않은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 모든 광경은 특별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국가와 교회의 관계는 좋게 표현해도 순탄치 않았다. 공포정치 시기에는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에 이르는 사제와 수도자가 목숨을 잃었다. 1905년 이후 프랑스 정부는 공식적으로 정교분리와 세속주의 원칙을 유지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교육받은 계층의 반성직주의가 더해지면서 국가와 교회 사이에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오늘날 그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 일례로 프랑스 정부는 세속주의를 표방하면서도 2019년 화재로 큰 피해를 본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앞장섰다.

그럼에도 프랑스 혁명 당시 수백 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된 콩코르드 광장에서 교황 미사가 봉헌됐다는 상징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유럽 지도자들과 만난 메츠에서도 교황은 하나 되고 평화로운 유럽을 지지하며 유럽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교황은 단순히 세계 지도자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그는 목자로서 가톨릭 사회교리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했다. 그 복음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환영받고, 모든 이가 형제자매이며, 모든 이가 화해와 정의,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부름받는다.

프랑스에서는 가톨릭 신앙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들도 나타났다. 교황은 최근 세례받은 젊은 성인들을 만났고, 이들은 교회에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유럽 교회의 새로운 르네상스로 계속 이어질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교회와 유럽 모두 분명히 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레오 14세 교황의 교회는 더 이상 우리 조부모 세대의 교회와 같지 않다. 과거의 교회가 단죄하는 모습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람들을 환대한다. 한때 우파와 뜻을 같이했다면 이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함께 일하고자 한다. 한때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면 이제는 기꺼이 경청하고 대화하려 한다.

세상도 변했다. 프랑스는 더 이상 교회를 위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적어도 교황직을 향한 반성직주의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소비주의 문화가 제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에 목말라하고 있다. 소비주의는 수많은 것을 소유하게 하지만 여전히 내면을 공허하게 만든다. 이제 가톨릭 신앙은 오히려 주류 문화에 맞서는 대안적 문화가 됐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영성을 갈망하고, 관계를 키워 주는 공동체를 원한다.

공동체와 영성은 본래 교회가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이 파리를 한 차례 방문하거나 로마에서 홀로 노력하는 것만으로 이를 이룰 수는 없다. 모든 정치가 결국 지역에서 이뤄지듯 종교 역시 결국 지역에서 살아 움직인다.

젊은이들이 본당과 지역 공동체를 자신을 길러 주는 집으로 경험하고, 그곳에서 힘을 얻어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상에 나가 화해와 사랑,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려면, 본당과 지역 공동체가 더욱 열린 자세로 그들을 환대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인들은 파리에 온 이 특별한 미국인을 친구로 환영했다. 자신들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구로, 세상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 지도자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화해와 평화의 원천으로 거리낌없이 선포하는 목자로 그를 맞이했다.

글 _ 토머스 리스 신부
미국 예수회 사제로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아메리카’지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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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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