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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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WYD를 내려놓을 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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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년대회(WYD)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메가 이벤트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대회의 한쪽만을 보는 일이다. 사실 세계청년대회의 핵심은 참가자들의 하느님 체험이다. 참가 순례자 100만 명, 교황, 홈스테이 등 숫자와 규모에 놀라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걱정하지만, 이를 걷어내고 대회를 단순하게 바라보면 세계청년대회는 교황이 마련해 이끌어가는 피정이다.

주로 가을에 본당에서 진행하는 성지 순례를 전 세계 청년이 서울에 모여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게 세계청년대회다. 미사·기도·성체조배·고해성사·교리교육 등 우리가 늘 하는 신앙생활이 대회 현장 곳곳에 배치된다. 단지 주례자가 교황이고 청년 신앙에 맞게, 글로벌 보편 교회에 어울리는 큰 규모로 준비될 뿐이지, 세계청년대회는 결국 하느님 체험이 중심이다.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하느님을 체험했다는 증언은 차고 넘친다. 국가대표 선수가 WYD 참가 후 사제가 되기로 했다는 이야기, 자살을 생각하던 중 홈스테이 가정의 따뜻한 환대를 받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가정 폭력·취업 실패 등으로 방황하던 이가 교황을 만난 뒤 다시 용기를 얻은 이야기, 보편 교회를 경험하고 수도자나 성직자를 꿈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세상에서 성공을 꿈꾸다 대회 후 어려운 이를 돕겠다며 빈민가로 들어간 이야기 등 대회에 참가한 많은 청년이 하느님 체험을 했다. 결국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받게 되는 선물은 ‘복음화’이다. 대회가 끝나고 신자 수가 증가하고 봉사자가 늘었다는 ‘성장주의’가 아니라, 많은 이가 하느님을 만나는 ‘영적 쇄신’이다.

그래서 역대 청년대회 개최지 교회에서는 하나같이 ‘성령의 바람’을 이야기한다. 두려움에 떨며 제자들이 모여있던 다락방에 성령의 바람이 불었듯이, 대회 준비 걱정으로 두려움에 떨었지만 끝나고 보니 곳곳에 성령의 은총이 가득하더라는 것이다. 성령의 바람을 타고 교회 곳곳이 쇄신되고, 교회가 영적으로 쇄신되니 세상도 더 선한 방향으로 변해가더라는 것이다. 세상 전체가 평화·정의·자비의 기쁜 소식으로 가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청년대회가 ‘성령의 바람’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미 세계청년대회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회에 관한 많은 고민을 담은 묵주 기도를 바치고, 우리 주위 힘겨워하는 청년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환대하는 마음으로 홈스테이를 신청하는 등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기도이며 피정이다. 피정은 단순히 일상을 벗어나 조용히 머무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대회를 통해, 결국 나를 통해 누군가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고, 그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피정이고 기도이다.

세계청년대회가 300여 일 남았다. 거대한 피정을 앞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상의 거대한 성과나 완벽한 행정적 완성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우리가 무엇을 해낼 것인가’를 염려하기보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무엇을 이루실 것인가’를 기대하며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거창한 행사 준비의 부담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청년들과 함께 기뻐하고 기도할 여유가 생겨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성령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 전 세계 청년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신자와 교회가 성령의 은총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그래서 대회 끝에서 우리는 숫자의 성공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으로 뜨거워진 청년들의 눈빛을 보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눈빛이 퍼뜨리는 희망과 평화의 온기가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를 넘어 세상 전체를 쇄신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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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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