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설치·비용·규모 등 제시
본당 여건 맞춘 준비법 모색
시설 설치 후 홈스테이 신청 증가
세계청년대회(WYD) 순례자를 어디서 재우고 씻길지 막연했던 본당들이 시범 시설을 직접 보며 준비 방법을 찾았다. 숙소 시범 본당에선 시설을 설치한 뒤 WYD에 대한 신자들 관심이 높아져 홈스테이 신청도 늘었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2~5일 한강·삼각지·신림성모·문래동·상계2동·청담동·대치성모탄신본당 등 서울대교구 7개 본당에서 숙소와 화장실, 샤워실 설치 사례를 공개했다. 공간과 시설 여건이 다른 본당들이 갖춰야 할 위생 시설 규모와 비용 기준을 가늠하고 각 본당에 맞는 방법을 찾도록 돕기 위해서다. 5일 찾은 신림성모·한강·삼각지본당에서도 저마다 다른 준비가 눈에 띄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와 서울 WYD 조직위 총괄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시범 본당을 방문해 설치 사례를 확인하고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간이 샤워장 설치 시안. 오른쪽 아래 QR코드는 관련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 ‘2027 서울 WYD P.O.C 모임’ 네이버 카페로 연결된다.
신림성모, 전원 홈스테이를 목표로
신림성모본당(주임 구본흥 신부) 마당에는 에어컨을 갖춘 다인용 이동식 화장실과 발펌프로 물을 공급하는 1인용 화장실, 간이 샤워장이 들어섰다. 두 종류 화장실을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어 교구 내 다른 본당 신자들도 많이 방문했다. 실내 공간에는 순례자들이 눕고 가방을 둘 자리를 표시하고 침낭을 펼쳐놨다. 방문자들은 침낭에 직접 누워 보고 사진을 찍고 크기를 재며 순례자들이 머물 모습을 그려봤다.
유충열(알베르토) 청소년분과장 겸 WYD분과장은 “실제 시설이 그림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며 “WYD에 다녀온 청년 봉사자들은 다른 나라 WYD 때에도 이만한 시설을 본 적이 없다며 만족했다”고 말했다. WYD 숙소 시범 본당으로 선정되고 나서 홈스테이를 신청한 가정도 늘었다. 이정옥(헬레나) 사목회장은 “본당에 시설이 설치되니 대회가 실감이 났는지, 홈스테이 신청자가 주말 사이에 170명이나 늘어났다”며 기뻐했다. 이 회장은 “침낭을 놓을 자리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보고 작은 공간만 내어줘도 순례자를 맞이할 수 있음을 직접 확인한 것이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신림성모성당 만남의방에 1인용 숙박 자리와 침낭이 놓여 있다.
서울대교구 신림성모성당 마당에 간이샤워장이 설치되어 있다.
한강, 넓은 지하 공간을 숙소로
혼배가 자주 열리는 한강본당(주임 임용환 신부)은 연회 장소로 쓰는 지하 2층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순례자 2000명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외 십자가의 길 한쪽에 1인용 화장실과 지하 1층에 간이 샤워장과 숙소 시범 공간을 마련해뒀다. 이경상 주교는 “휠체어를 타거나 몸이 불편한 순례자도 고려해 동선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용환 주임 신부는 “전 세계 청년들을 초대하고 환대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설 준비도 중요하지만, 본당이 숙박업소나 펜션은 아니기에 환대의 신앙적 의미를 잘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각지, 작은 공간에 아이디어
본당 규모가 작은 삼각지본당(주임 박홍철 신부)은 순례자 100명을 본당에서 재울 계획이다. 공간이 협소해 샤워시설은 원터치 샤워텐트와 무선 샤워펌프, 대형 물통을 활용했다. 항아리와 표주박으로 등목하는 모습을 재연해놓고 탈수기와 빨래건조대도 갖췄다. 순례자들이 빨래망에 담아 놓은 옷을 본당 신자들이 집에 가져가 세탁·건조한 뒤 돌려주는 봉사도 구상했다. 또 순례자들이 홈스테이 가정에 십자가를 전하며 평화를 빌어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순례자들에게 줄 십자가는 김도경(젬마) 작가의 작품이다.
박홍철 주임 신부는 “본당 신자들이 신이 나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어떤 대회가 될지 정말 기대되고 우리 본당이 지닌 특성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임근(루치아노) 사목회장은 “시설 설치와 순례자 환영·환송 절차를 함께 준비하면서 신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홈스테이 신청도 늘었다”고 했다.
시범 본당에는 나흘간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각지성당을 둘러본 청파동본당 송갑현(요한 크리소스토모) 사목회장은 “실제로 설치 시설도 보고, 순례자 맞을 아이디어들을 얻어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신자들과 함께 우리 본당에 맞는 설치 방법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실내 숙소의 1인당 권장 면적은 가로 1.5m, 세로 2m다. 샤워장과 화장실은 20명당 1칸을 기준으로 기존 시설을 고려해 준비하도록 했다. 안내 자료의 업체와 비용은 참고 사항이다. 관련 자료집은 네이버 카페 ‘2027 서울 WYD P.O.C 모임’(//cafe.naver.com/wydseoul202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