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HRDF,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장려상 수상
“이 상은 우리와 함께 싸우고,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희망을 일궈온 인도 달리트 공동체(HRDF) 모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6월 9일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장려상을 받은 후 HRDF(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의 나테산 타얄란 상임이사가 전한 수상 소감이다. HRDF는 1993년 타얄란 이사를 포함한 달리트 활동가 7명이 달리트 인권·기본권 증진을 목표로 설립한 후 인도 최하층민인 달리트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눈부신 성과를 거둬왔고, 그 결과 생명의 신비상 장려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HRDF의 성과 뒤에는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걸어온 20년이 있다. 한국희망재단과의 인연은 200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 현지를 살펴본 재단이 HRDF에 손을 내밀었고, 두 단체는 식수개발과 토지반환운동, 유기농업 협동조합까지 달리트 여성들과 생명농업을 일궈왔다.
특히 두 단체가 협력해 달리트에게 ‘땅’과 ‘물’을 되찾아준 것은 여성 달리트 인권·기본권 회복의 출발점이다. 두 단체는 달리트 출신 여성 농민들을 대상으로 ‘판차미 토지’ 회복을 지원하는 사업에 나섰다. 인도의 판차미 토지는 정부가 달리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용지다. 이를 다른 카스트가 소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대다수 지역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두 단체는 2006년부터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토지 권리 교육과 법률 지원에 나섰고, 2011년까지 약 495만㎡(1,255에이커)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성과를 거뒀다. 또 쳉갈파투 지역 달리트들처럼 차별로 공동 우물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식수시설과 물탱크 등을 설치해줬다.
두 단체는 땅과 물로 ‘생명 농업’을 실천하는 방식도 전했다. 한국희망재단은 2012년부터 HRDF 활동가를 한국으로 초청해 한살림 등을 통해 유기농법과 협동조합 형성 등을 교육했다. 이는 2017년 인도 최초의 달리트 여성 유기농업 협동조합연합회가 첫걸음을 떼는 바탕이 됐다. 현재 현지에는 52개 협동조합, 약 2500명의 여성 농민이 참여해 사람과 공동체의 생명을 아우르는 ‘생명농업’을 일구고 있다.
달리트의 살림이 일어서자 그들에게 ‘목소리’도 생겼다. 2021년 쳉갈파투 지역 판차야트(Panchayat, 마을의회) 선거에 373명에 달하는 여성 달리트들이 출마했고 이 중 176명이 당선된 것이다. 달리트 출신 아이들도 조기에 일터로 내몰리는 악습에서 벗어나 학교에 다니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인도 쳉갈파투 지역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키얄락슈미씨는 “예전엔 달리트 중에서도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와 마을의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며 “두 단체의 도움으로 협동조합을 만든 뒤로는 여러 위원회에서 위원장 등 역할을 맡는 여성이 늘어났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국희망재단과 HRDF는 지난 20년의 변화를 바탕으로 달리트 여성들이 소득 기반을 넓히고, 협동조합과 마을 의사결정의 중심에서 변화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계속 연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서북원 신부는 “지난 20년은 차별에 맞서 온 여성들의 끈기, 그리고 한국 후원자들의 연대가 함께 만든 결실”이라며 이들의 협력에 다시금 관심을 요청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