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참가자들의 항공 이동에 따른 탄소배출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에, 40년 가까이 환경운동에 몸담아 온 세계적인 기후운동가는 이렇게 답했다. 나데레브 마들라 사뇨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LSM) 이사회 의장이다. 지난 1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기후정의 국제콘퍼런스에서 오간 문답을 그가 이튿날 인터뷰에서 전한 것이다.
국제 다종교 기후운동단체 그린페이스(GreenFaith)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사뇨 의장은 2일 LSM 한국 지부인 가톨릭기후행동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펼친 팻말 시위 ‘금요 기후행동’에도 동참했다. 시위를 마친 그를 가톨릭기후행동 오현화(안젤라) 대표의 주선으로 만났다.
유엔기후변화협약 필리핀 대표단장을 지내고 그린피스에서도 활동한 사뇨 의장은 “정치 지도자들의 국제회의를 위해서도 상당한 탄소가 배출된다”며 “WYD를 통해 젊은이들이 직접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나오는 WYD 개최에 따른 탄소배출 우려에 대해 환경만큼 중요한 만남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2015년 창립된 LSM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실천하는 국제 가톨릭 연대기구다. 창립 구성원인 사뇨 의장은 2025년 1월부터 LSM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그의 환경운동은 신앙과 가정에서 시작됐다. 열한 살 때 부모의 반핵운동에 영향을 받아 형제·친구들과 모임을 꾸리고 필리핀 첫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활동에 참여했다. 이후 기후협상가로 활동했으며,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을 받고 로마에서 파리까지 60일간 걸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호소했다.
사뇨 의장은 WYD와도 인연이 깊다. 스물한 살이던 1995년 필리핀 마닐라 WYD에 참가해 멀리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봤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직접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때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국경과 시간대를 넘어 쉽게 연결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직접 만나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소중합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레오 14세 교황도 직접 만난 그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생태적 회심’을 들려준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교황님은 젊은 사제 시절 환경과 자연, 원주민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깨닫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원주민 공동체를 만나고 환경 파괴와 기후재난을 겪는 지역의 현실을 접하면서 지구를 돌보는 일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이 연결돼 있음을 깨달으셨다고 했지요.”
사뇨 의장은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이러한 깨달음을 온 교회와 나누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회에도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생태적 회심’을 당부했다.
“플라스틱을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도 걸어가지 않고 자동차를 이용한 일까지 고해성사에서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환경도 더 나아질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기술 발전이 영적 성숙을 앞질러 간다면 매우 위험하다”며 “경쟁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 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뇨 의장이 2027 서울 WYD에 거는 기대는 결국 만남과 연대다. 그는 내년 서울을 찾을 세계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WYD에서 여러분의 삶을 바꾸고 자신을 일깨우는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관계를 맺고 그 만남을 삶의 변화로 이어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