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매일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몇 줄에 정교한 글로 답하고, 예술 작가를 방불케 하는 그림을 그려내며, 복잡한 데이터와 산업적 판단까지 대신하는 AI는 어느덧 우리 삶의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연민과 사랑, 윤리적 책임은 과연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레오 14세 교황의 인공지능 회칙 『고귀한 인류』가 마침내 한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최고 가르침인 회칙이 AI라는 첨단 기술을 전면으로 다룬 것은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이번 회칙은 단순히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개발을 억제하자는 소극적 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 문명의 격랑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인간 존엄성의 근본을 재확인합니다. 교황은 회칙을 통해 기술을 인류 공동선의 도구로 쓰기 위한 강력한 윤리적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회칙 『고귀한 인류』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먼저, 기술은 결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주체성을 넘어서거나 대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 할지라도 데이터의 처리와 확률 계산에 불과하며, 인간 고유의 양심, 연민, 그리고 인간 존엄성은 대체 될 수 없습니다. 교황은 AI가 인간의 결정권을 빼앗는 '기술 독재'나 도덕적 이성의 외주화를 경계합니다. 또한 교황은 모든 AI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교황은 '기술의 윤리화'와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호소합니다. 데이터의 편향성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AI 기술이 특정 권력과 자본에 집중되어 격차를 벌리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회칙은 개발자와 기업,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알고리즘 설계 초기 단계부터 인간 중심의 윤리 기준(Algor-ethics)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소외된 이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을 보듬는 온기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성 회복'을 주문합니다. 화면과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매몰되어 진정한 타인과의 만남,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가 희미해지는 현상을 우려합니다. 진짜 인류의 위대함은 타인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를 위해 손을 내밀 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회칙은 AI가 인간 간의 물리적·정서적 연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답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함을 거듭 일깨웁니다.
우리가 지금 이 회칙을 펼쳐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답과 선택지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조금씩 양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AI가 제아무리 정교한 문장을 출력하고 정답을 제시할지라도, 우리 삶의 의미를 묻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오직 하느님과 함께하는 인간만의 몫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고귀한 인류’를 읽자 >입니다. AI회칙 ‘고귀한 인류’를 통해,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기술을 통해 더욱 인간다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