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들이 불길이 치솟는 현장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촉발한 대규모 시위가 이탈리아와 벨기에 등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OSV
최근 프랑스에서 격화한 생활비 상승과 교육 여건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탈리아와 벨기에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청년들이 주도한 시위에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상점과 공공시설이 파손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폭력을 규탄하는 한편 청년들의 분노와 사회적 불안에 귀 기울이고 대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에서는 9월 말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물가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과 맞물리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10월 17~18일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상점을 약탈하거나 차량과 공공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 당국 발표에 따르면, 10월 17일 시위 참가자가 최대 55만 명에 이르렀으며, 피해 상점이 1500여 곳에 이른다. 10월 24일 대규모 시위에도 41만 명이 참가해 1300여 명이 체포 및 연행됐다.
이후 이탈리아도 밀라노·로마·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10월 24일 밀라노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프랑스 시위 구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벨기에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10월 19일 성명을 내고 “이번 폭력 사태는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 절망에 빠뜨렸다”며 “폭력의 악순환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프랑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OSV
주교회의 의장 장마르크 아블린(마르세유대교구장) 추기경도 10월 18일 “상점들이 약탈당하고 성당과 시청, 경찰서가 공격받았다”며 평화 회복을 호소했다. 리옹대교구장 올리비에 드 제르메 대주교는 “폭력은 위기에 처한 사회의 징후이지만, 더 큰 불의와 분열만을 초래하는 막다른 길”이라며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할 때 사회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10월 22일 청년들에게 보낸 별도 서한에서 지난 9월 레오 14세 교황의 프랑스 사목 방문 당시 악을 피하고 사랑을 추구하며, 폭력이 아닌 복음 정신을 이어갈 것을 당부한 메시지를 언급하면서, 폭력을 거부하고 정의와 사랑, 인내와 온유를 추구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주교와 사제들은 폭력 행위와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구분하면서도 사회가 청년들의 불안과 소외를 외면하지 않고 대화와 연대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프랑스 교회는 폭력 규탄을 넘어 시위의 근본 원인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부의장 뱅상 조르디(투르대교구장)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경제적 불안정, 환경 문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교구 루카 브레산 몬시뇰은 “우리는 대화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라노 베카리아 소년교도소 원목사제 클라우디오 부르조 신부도 “폭력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쌓여온 분노가 있다”며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교육적 결핍, 어른과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을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