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 주교들이 10월 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OSV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도한 미국 교회 주교단의 사진과 영상이 백악관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동에 참석한 일부 주교들은 백악관이 동의 없이 기도 장면을 공개했다며 반발했고, 한 대주교는 신자들에게 공개 사과까지 했다.
미국 가톨릭 매체 OSV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주교 12명은 10월 22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이후 백악관 관계자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주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12일 앞둔 시점이었다.
밀워키대교구장 제프리 그롭 대주교는 10월 25일 공개 사과문을 내고 “이번 회동은 대통령이나 그의 정책, 정당에 대한 지지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선했다. 주교들은 이민 단속과 외국인 성직자 비자, 인간 존엄성 등 교회와 관련된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할 것으로 안내받았다. 주교들은 백악관 관계자들과 약 90분간 논의한 뒤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그롭 대주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우리와 인사하고 기념품을 건넨 뒤 우리는 대통령 뒤에 서서 기도하도록 안내받았다”고 설명했다. 주교들은 기도 후 사진은 찍었지만 영상까지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며 사진과 영상의 공개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롭 대주교는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고 공동선을 증진하기 위해 선의로 방문한 것이지, 일부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사진 촬영에 참여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신자들의 항의도 받았다며 “참석을 결정하기 전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저의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과한다”고도 밝혔다.
디모인교구장 윌리엄 조엔슨 주교도 유감을 표명하고, 이민자와 취약계층 보호, 외국인 성직자 비자, 생명 존중과 교육 지원 등 교회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자 참석했다면서 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더 신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덴버대교구는 공직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오래된 가톨릭 전통이라며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주교회의(USCCB)도 회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주교들의 사진과 영상 공개에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미국에서도 교회가 정치 지도자들과 대화하면서도 정파적 이해관계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는 지침 「충실한 시민으로서 양심 형성하기」를 통해 교회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해서는 안 되며, 정치 지도자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사진 촬영이나 홍보 행사로 대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