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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수 있던 기억, 디지털로 역사가 되다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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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구와 수도회 곳곳에 흩어져 있던 박해시대부터 한국 전쟁 이후까지의 역사가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 모였다.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철수 신부)는 10월 22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공개 기념식을 개최했다. 2017년부터 10년간 추진해 온 사료목록화사업의 결실을 선보인 자리다.

‘어제와 오늘’에는 전국 14개 교구와 5개 수도회, 2개 기관이 참여해 조사·정리한 사료 가운데 공개 가능한 5만 9000여 건이 담겼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 설립부터 1962년 교계제도 설정까지의 도서와 문서·사진·유물 등을 통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 지난 10월 19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교회 사료는 교구와 수도회·본당·연구기관 등에 분산돼 있었고 관리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목록화사업은 각 기관이 사료의 소장·관리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 성과를 발표한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역사전문위원 차기진(루카) 박사는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의로 사료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을 꼽았다. 차 박사는 “교회 사료가 교회 안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공동의 문화유산이자 연구 자산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아카이브 시연에서는 사료들이 품고 있는 역사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자료는 1918년 당시 대구대목구 소속 함양본당 주임 주재용 신부가 공소 방문을 앞두고 작성한 「배정기(排定記)」다. 공소 신자들에게 방문 일정을 알리기 위해 보낸 문서로, 100여 년 만에 운산공소에서 발견됐다.

아카이브는 사료 검색뿐 아니라 교회사 연표와 인물·단체·사건 정보, 원문 서비스, 연속간행물, 교회 박물 용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연을 맡은 사료목록화사업팀 김성희(미카엘라) 팀장은 “각 기관이 소장한 기록의 배경과 의미를 함께 소개하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원회가 10월 22일 개최한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공개 기념식에서 신임 의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차 박사는 조사 범위를 1962년 이후로 확대하는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변화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가 수행한 역할 등 아직 정리해야 할 기록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주교회의 의장 선출 후 첫 행보로 이날 함께한 김종수 주교는 환영사에서 “지난 10년은 단순히 사료를 정리한 시간을 넘어, 자칫 역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기억을 찾아내고 지켜 온 여정이었다”며 “잊혔던 사료가 다시 빛을 보고, 익숙했던 역사가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특히 한국 교회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파리외방전교회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메리놀외방전교회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에게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영수 차관도 축사를 통해 “한국 천주교 사료는 단순히 한 종교의 역사를 넘어 우리 근현대사와 발걸음을 함께해온 소중한 문화적·사회적 자산”이라며 “국민 누구나 종교 문화유산을 쉽게 접하고 그 가치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이날 기념식에서는 사업에 기여한 대구대교구 사료실과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에 감사장을 전달하고, 실무자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은 누리집(kcda.cbck.or.kr)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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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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