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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 기억하고 기도… 한국 교회에선 연도로 발전

위령 성월 유래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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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와 서울 무악재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신자들이 2일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서 거행된 위령의 날 기념미사 후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묘소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라틴어 경구가 떠오르는 위령 성월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언젠가 맞을 자신의 죽음도 돌아보는 시기다. 신자들은 11월이면 고인을 위한 미사와 기도에 더욱 마음을 모은다.

위령 성월의 중심에는 11월 2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 있다. 교회는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하늘의 모든 성인을 기념하고, 이튿날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 특히 연옥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한다. 가족과 친지뿐 아니라 죽은 모든 이가 기도의 대상이다.



10세기 말 프랑스에서

998년 무렵 프랑스 클뤼니 수도원의 성 오딜로 아빠스는 자신이 관할하는 수도원의 수도자들에게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 날 죽은 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도록 했다. 이후 이 관습은 교회 전역으로 퍼졌고, 11월 한 달 동안 위령 기도를 바치는 신심도 자리 잡았다.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의 뿌리는 구약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다 마카베오는 전투에서 죽은 이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속죄 제물을 바치게 했다.(2마카 12,43-45 참조) 초기 교회도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고 성찬례를 봉헌했다.

위령 기도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에 바탕을 둔다. 지상의 신자와 연옥의 영혼, 하늘의 성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결돼 서로를 돕는다는 믿음이다. 살아 있는 이는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성인은 지상의 신자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한다.

교회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이들이 하늘의 기쁨에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마지막 정화를 연옥이라고 부른다. 교회가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미사와 기도, 자선과 보속을 권하는 것은 이 정화를 돕기 위해서다.



한국 연도, 고유한 가락과 구성

한국 교회에서 이러한 믿음은 조상을 공경하는 효성과 이웃의 장례를 함께 치르는 문화 속에 뿌리내렸다. 박해 시대 신앙 선조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서도 죽은 이를 위한 기도로 조상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 전통을 보여 주는 기도가 ‘연도(煉禱)’다.

연도는 전통적으로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를 뜻하며, 오늘날에는 ‘위령 기도’로 불린다. 신자들은 선창과 후창으로 나뉘어 시편과 성인 호칭 기도 등을 우리 가락에 실어 노래한다. 한국 연도는 고유한 가락과 구성으로 발전한 전례 토착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연도의 내용은 1865년 목판본으로 간행된 상장례 예식서 「천주성교예규」에 자세히 실렸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용하는 「상장 예식」의 바탕이 됐다. 「상장 예식」에는 연도와 염습·입관, 장례 등 고인을 떠나보내는 과정에 필요한 전례와 기도가 담겼다.

이웃의 장례를 함께 치르던 문화는 오늘날 빈소에서도 이어진다. 빈소에서 위령 기도를 바치는 건 유가족 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연령회 회원들은 장례를 도우며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죽음의 슬픔을 나누고 부활의 희망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일로 이어진다.

11월은 전례주년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이 시기 미사에서 봉독되는 종말에 관한 말씀은 삶의 끝과 완성을 묵상하도록 이끈다. 위령 성월은 먼저 떠난 이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며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성찰하는 시간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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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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