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맡을 수 있지만 우리는 맡을 수 없는 냄새가 있습니다. 또 개는 들을 수 있지만 우리는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있습니다. 박쥐는 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파장대의 빛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고, 새가 도달하지 못하는 인식에 우리는 도달할 수 있습니다. 새는 노래로 주님을 찬미하지만, 우리는 말과 마음과 영으로 주님을 찬미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각각 그에 따른 기능이 있습니다. 모두가 필요합니다. 물질세계 전체는 하느님의 사랑, 곧 우리에 대한 무한한 자애를 나타냅니다. 흙과 물과 산, 이 모든 것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 성경에 담겨 있는 고유한 계시와 더불어, 작렬하는 태양과 드리워진 어둠 안에도 하느님께서 드러내시는 것이 있습니다.(85항)
이와 관련해 교황님은 2003년 캐나다 주교회의 사목교서를 인용하십니다.
“가장 뛰어난 장관에서부터 가장 작은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경탄과 경의의 끊임없는 원천입니다. 이는 또한 하느님의 끊임없는 계시입니다.”(84항)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믿는 이들에게 피조물에 대한 관상은 메시지를 듣고 역설적인 무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계시에 귀를 기울이면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이루는 관계 안에서 자신을 깨닫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나는 세상을 표현하면서 나 자신을 표현합니다. 나는 세상의 거룩함을 헤아려 보면서 나 자신의 거룩함을 살펴봅니다.”(85항)
온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상호 보완성을 통하여 하느님의 무궁무진한 풍요로움을 나타냅니다. 세상은 이처럼 하느님께서 계신 곳이며, 우리를 찬미로 초대합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87항)
또한, 자연 전체는 하느님을 드러내 보일뿐 아니라 하느님 현존의 자리입니다.
“모든 피조물 안에는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 살아 계시며 우리가 하느님과 관계를 맺도록 초대하십니다.”(88항)
사랑과 선함,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는, 파괴된 자연에 하느님이 현존하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자연이 무너지면, 하느님은 당신이 사랑으로 창조하신 자연이 망가진 그 비참한 자리에서 현존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 자연을 파괴한다면 하느님 현존의 자리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