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0월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 앞서 전용 차량에 탑승해 미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OSV
미국 시민권자인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중간선거 사전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다. 현직 교황이 출신국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바티칸 뉴스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10월 30일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시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했다”며 “오랜 시민 참여 관행에 따라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우편투표 용지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미국 시민으로서 투표 자격이 있을 때마다 투표권을 행사해왔으며, 페루에 거주하던 당시에도 자격이 주어질 때마다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께서는 시민이 민주적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밝혀오셨다”고 전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현지시간 11월 3일 실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 36개 주의 주지사 등을 선출한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페루 시민권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 선출 당시 미국 시민권 유지와 납세 의무 등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 하원에서는 교황이 지닌 미국 시민권을 보호하고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통과되지는 않았다.
미국 교회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신자들에게 투표 참여와 올바른 양심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당부했다. 미 주교회의는 교황의 투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성명 등을 통해 “교황님의 투표 참여는 모든 시민이 시민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라며 “중간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우리 교회는 신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되 정치가 아닌 신앙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스도인은 투표할 때 ‘대상’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바로 세우고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수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주교회의 의장 폴 코클리(오클라호마시티대교구장) 대주교도 10월 14일 성명을 통해 “현재 우리는 깊이 분열된 정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유권자들이 투표에 회의감을 느낄 수 있지만, 무관심은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공약이 아닌 실제 행동이 공동선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