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4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사절단을 파견해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펼쳤다. 교황청은 10월 27~30일 나흘간 이어진 인도주의 활동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민의 손을 맞잡으며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루이스 마린 데 산 마르틴 대주교를 비롯한 사절단은 이 기간 전쟁 주요 피해 지역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자포리자·드니프로·파스티우 등지를 방문했다.
사절단은 레오 14세 교황이 지원한 구호금과 식량·방한용품 등을 전달했으며, 공습을 피해 지역 내 지하 방공호에 머무는 이들도 찾았다. 육로를 통해 추가로 전해진 구호물품은 전국 곳곳의 피란민들에게 전해졌다.
자포리자에서는 매서운 바람 속에도 주민 2000명이 사절단이 준비한 식량을 건네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포성이 멎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절단은 주민들에게 구호품과 식량을 전달했다. 사절단은 또 키이우 외곽 사랑의 선교회 수녀원에서 피란민·장애인·환자 등 50여 명을 만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우크라이나어로 ‘주님의 기도’를 함께 봉헌했다. 피란민들을 위한 쉼터인 빈첸시오회 ‘드 폴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들이 일자리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마지막 날인 10월 30일에는 키이우 외곽 파스티우 성 마르티노 데 포레스 인도주의 센터에서 자녀를 잃거나 자녀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어머니들과 만났다. 이들은 마린 대주교에게 다가가 자녀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애통함을 표했다. 마린 대주교는 이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넸다. 사절단은 나흘간 약 2800㎞를 이동하며 현지 가톨릭 시설 12곳을 방문해 이웃들을 만났다.
교황청의 현지 구호 활동과 함께 교황의 평화 호소도 이어졌다. 교황은 10월 27일 ‘세계 평화 기도의 날’ 4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아시시에 모인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전쟁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을 규탄한다”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 올레슈키에서는 교황의 인도주의적 호소와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의 중재 노력 속에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시 휴전도 이뤄졌다. 10월 29일부터 시행된 휴전으로 주민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고, 현지 주민들에게는 식량·식수·의료용품이 전달됐다. 교황은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인도주의적 지원과 민간인 보호를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