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평위·(사)저스피스, ''분쟁과 평화'' 주제로 개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표명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남북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가톨릭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오주열 신부)와 (사)저스피스는 10월 2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분쟁과 평화’를 주제로 제32회 교회와 세상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서 비롯된 국제 정세를 진단하고, 성경 안에서 나타난 평화주의를 통해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약탈적 패권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체계가 굳건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동맹국들의 자체적인 문제 해결 역량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며 “중국의 강대국화, 러시아의 호전성, 북한의 핵무장 등 지정학적 대변동이 겹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평화 공존을 도모하고, 한반도의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현상 유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평화체제를 남북 모두에 이로운 ‘공동의 이익’으로 접근 △핵 문제를 평화체제 협상 틀에 삼아 상호 군비통제 및 군축 의제로 논의 △세계의 핵 군축과 비핵화라는 포괄적 목표 아래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했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성경 속 평화의 의미를 짚었다. 박 소장은 로마 제국이 융성한 시기와 구약의 샬롬과 신약의 에이레네를 대조했다. 박 소장은 “팍스 로마나로 대변되는 세속적 평화는 강력한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켜 저항 의지를 상실시키고 갈등이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라면서 “샬롬과 에이레네는 공동체의 안녕과 질적 번영, 하느님 및 타인과의 조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복음의 평화는 관계의 온전성을 회복하는 적극적인 실천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정당한 전쟁론’을 소개하며 교회가 역사적으로 평화 회복과 정의 수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무력 사용의 정당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 정당화가 아닌, 무력 사용에 엄격한 조건을 두고 전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윤리적 전통이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현대 가톨릭교회가 정당한 전쟁론을 넘어 비폭력 평화주의 정신으로 투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016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로마에 모여 정당한 전쟁 교리 폐지를 촉구하고, 이듬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신자들이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의 억압적 구조에 맞서 평화에 투신할 때 비로소 인류 가족의 일치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