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한국 대교구·일본 엑사르히아, 심포지엄 개최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여정에는 끝이 없다. 인간은 하느님을 알아갈수록 더욱 깊이 그분을 갈망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며,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신앙을 실천한다. 1700년 전 그리스도교 교부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가 남긴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주목받는 이유다.
정교회 한국 대교구 및 일본 엑사르히아는 2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스-철학자, 신학자, 신비가’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약 335~395)는 대 바실리오,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오와 함께 ‘카파도키아 3대 교부’로 꼽힌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삼위일체 신학과 신비 신학 발전에 기여했다.
정교회 한국 대교구장 조성암(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개회사에서 “그에게 철학은 신학을 섬기는 도구이자 든든한 조력자였다”며 그레고리오가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당대 신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학자 4명이 그레고리오스의 사상을 조명했다. 미국 노스 센트럴 칼리지 교수 페리 하말리스 정교회 보제는 ‘탁월성에서 참여로: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스가 이룬 고전적 덕 개념의 변혁’을, 미국 성 사바 세르비아 정교회 신학교 전 교수 헬렌 테오도로풀로스 박사는 ‘끊임없는 상승: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스에게서 나타나는 하느님의 무한성과 인간 완성을 향한 여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그리스학 프로그램 책임자 바실리오스 아드라타스 박사는 ‘회의론자에서 신비가로: 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스의 신학에 관하여’를 주제로 그의 사상을 나눴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김산춘(예수회) 신부는 ‘에펙타시스(끊임없는 영적 전진)와 에클레시아(교회)’를 중심으로 하느님을 향한 영적 성장과 교회 공동체의 관계를 조명했다. 그레고리오 신비사상 전문가인 김 신부는 정교회 출판사를 통해 그레고리오의 대표 저술 「아가 강화」(2021)와 「모세의 생애」(2026)를 번역·출판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나와 너는 서로 고립된 것이 아니고 함께 전체로서 신성의 현현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를 ‘세계와 타자로의 귀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난 뒤 다시 동포들에게 내려온 장면을 통해 신앙 체험이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고 이웃과의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는 축하 메시지에서 “교회의 교부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며, 인간의 실존적 물음에 빛을 비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오늘날에도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