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삶은 종종 끝없는 증명의 전쟁터입니다. 스펙과 비교,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합니다. AI를 비롯한 기술의 발달로 타인과의 연결은 간편해졌지만 역설적으로 고립과 단절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러한 ‘단절의 시대’에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는 단순한 가톨릭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묻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대회 계획은 그 규모와 메시지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서울공항을 주요 무대로 열릴 이번 대회에는 레오 14세 교황의 역사적인 첫 국빈 방한과 함께 전 세계에서 온 50만 명의 청년들이 모입니다. 마지막 파견미사에는 국내외 신자를 포함해 무려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 이후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한반도라는 공간이 가진 상징성과 맞물려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가 가지는 진짜 무게감은 단순한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조직위원장인 정순택 대주교가 강조했듯, 이 행사의 핵심 본질은 바로 ‘만남의 용기’에 있습니다. 조건이나 스펙, 눈에 보이는 성취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의 법칙을 잠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마주하고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이 ‘단절의 시대’에 세계청년대회가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집 문을 열어주는 홈스테이와 이들을 품어주는 지역사회의 따뜻함은 단순한 숙박 제공을 넘어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거대한 사회적 연대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국경을 넘어 젊다는 이유로 서로를 품어주고 연대하는 모습이 대회 기간 내내 펼쳐질 것입니다.
물론 1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한여름 도심과 야외 공간에 집결하는 만큼 현실적인 과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폭염 대책, 많은 순례자를 수용할 숙박시설, 혹시 모를 안전사고 방지 및 응급 의료 이송 체계 구축은 조직위와 정부, 지자체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필수 조건입니다.
그래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도심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성남 서울공항을 장소로 택한 것 역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행사 자체의 성공적인 진행만큼이나 한국 사회의 안전 역량과 매끄러운 행정 통제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또한, 레오 14세 교황이 이번 방문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 그리고 다른 종교를 가진 청년들과 다채로운 공존의 체험을 합니다. WYD가 특정 종교의 담장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신념을 가진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평화와 연대를 모색하는 장은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단절의 시대, 만남의 용기 >입니다. 전 세계 청년들이 한국 땅에서 경험할 환대와 연대의 온기가, 단절의 시대에 지친 우리 청년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사랑의 균열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