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성전 앞에서 서성이는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로는 성전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하고 밀려나오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짧은바지 를입고 있는 것. 이른바 복장 불량 으로 쫓겨난 남자들이다.
같은 짧은바지 차림으로 부인과 함께 대성전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한 잉고 비르겐스라는 독일 남자는 아내도 나와 똑같은 짧은바지 차림이고 오히려 무릎 아래 부분이 나보다 더 많이 드러나는 데도 통과시켜 주었다 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짧은 스커트나 얇은 블라우스 차림의 여성들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물론 소매가 없는 블라우스 차림의 여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탓인지 민소매 차림의 여성들은 대성전에 들어갈 때는 거의 스카프나 쇼울 등을 두르고는 무사통과한다. 이러니 억울한(?) 쪽은 남성들이다.
미국 아틀란타에서 왔다는 한 부자(父子)는 반바지 차림의 아들에게 긴 바지를 구해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을 헤매기도 했다. 아들을 놔둔 채 혼자만 들어갈 수 없었다 고 밝힌 아버지는 왜 여자들은 통과시키고 남자들은 제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래도 바티칸이 주권 국가인 만큼 규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올 여름 들어서는 제지를 당하는 짧은 바지 차림의 남성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남성들의 7부바지 반바지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바티칸은 이런 유행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
대성전 밖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는 복장 규정을 그림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 복장의 구별이 모호할 뿐 아니라 도대체 발목 위 어느 선까지 바지 단이 내려와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지를 발휘해 통과하는 남자들도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바지 허리띠를 최대한 허리 아래로 낮춰 바지 단이 발목까지 닿도록 하고 허리 부분은 큰 셔츠로 감추는 요령(?)을 부려 통과하기도 한다. 관광 안내원들은 바지가 짧아 걱정스러운 사람들은 양말을 무릎까지 바짝 당겨 신어라 하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면 통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진풍경은 성전에 들어갈 때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는 기본 상식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바티칸시티=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