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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계기로 본 중세 페스트 시대 교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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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초부터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발병지인 중국에서는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비아시아권인 캐나다에서도 환자가 속출 전 세계로 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과 싱가포르 가톨릭교회는 지난 성주간과 부활대축일 전례를 대폭 축소했으며 주일학교를 중단하는 등 사스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미사 참례자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성당에 오는 신자들은 마스크를 한 채 미사에 참례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거 전염병이 확산됐을 당시 사회와 교회는 어떠했을까.이른바 흑사병 이라고도 불린 페스트는 중세 말기의 대표적 전염병. 1344년 터키 지역에서 발병해서 유럽 전역으로 퍼진 페스트로 인해 1350년 중반까지 유럽 인구는 3분의2로 줄었다. 페스트의 엄청난 파급력과 사망률 때문에 공포는 극에 달했다. 사제들은 신자들을 위한 고해성사 집전을 거부했고 신자들간의 왕래도 뚝 끊겼다. 사람들은 페스트가 하느님이 내린 징벌이라고까지 생각했다.

 당시는 이미 십자군 전쟁으로 수도회들이 중심이 된 구호사업이 활발한 상태였으나 페스트의 전염성이 워낙 강해 특별한 치료책이 없었다. 환자들을 격리시키고 죽은 이들의 시신을 땅에 묻는 등 더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1348년 네덜란드에서 세워진 알렉시오 형제회는 이런 일을 하던 대표적 수도 단체였다.
 페스트의 여파가 워낙 엄청나다 보니 그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기도 했다. 유다인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당시 고리대금업에 종사하던 유다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잠재적 반발심은 유다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타서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만들어냈다. 유다인들이 붙잡혀 고문을 당했고 고문에 못이겨 거짓 자백을 하자 성난 군중은 유다인들을 화형시켰다. 그 결과 1만2000여명의 유다인이 희생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1348년 9월 교황 클레멘스 6세(재위 1342~1352)는 유다인들도 흑사병에 희생되고 있다면서 신자들에게 유다인 탄압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하나의 역기능적 사건으로 나타난 것이 이전부터 고행 수도법으로 알려진 채찍 고행운동의 부흥이었다. 1348년경 중부 유럽에서 시작된 이 운동에 참여한 평신도들은 몇명씩 짝을 이뤄 각 마을을 방문 기도를 바치면서 채찍 고행을 했다. 스스로 고행함으로써 페스트라는 더 큰 고통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교황청은 1349년 이 운동을 이단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검역 또는 격리 로 번역되는 영어 Quarantine 이 페스트와 관련해 중세 베네치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당시 베네치아에서는 페스트 전염경로가 동쪽이라는 것을 알고는 동쪽에서 오는 모든 배들에 대해 페스트균의 잠복기간인 40일이 지나기 전에는 입항을 불허했다. 이 40일간 을 뜻하는 베네치아 방언 Quarantin에서 영어 Quarantine이 유래한 것이다.

 조은일기자 anniej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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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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