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CNS】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 관계자들은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인명 피해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라크에 분포돼 있는 고대 구약성서 시대의 파괴되고 소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무너질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고고학자들은 이번 이라크전이 고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각종 유물과 유적지들에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교황청의 스위스 신학자 게오르게스 코티에르 신부는 이와 관련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가 살았던 성지(팔레스티나)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된 이라크 땅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전쟁의 비극이 두 지역 모두에 미쳤다”고 말했다.
전쟁이 발하면서 미영 연합군의 탱크들은 구약성서 창세기 시대에 나오는 지역들을 거쳐갔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에 위치해 있다고 전통적으로 여겨왔던 에덴 동산 지역은 전장으로 바뀌었고 파괴된 무기 잔해들이 일대를 뒤덮었다.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 인근의 도시 알쿠르나는 아담과 하와가 살던 곳이라고 여겨지던 곳. 그러나 이달 초 이 도시는 전투기들의 심한 폭격을 받았다. 또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이자 그가 구원의 여정을 시작한 우르 지방 상공에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녔다.
수차례 교전이 일어난 항구도시 움카스르 주변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창세11 1-9)의 모델이 된 것으로 여겨지는 지구라트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또 기원전 6세기 느부갓네살 왕의 왕궁이 있던 옛 바빌론 지역에서는 미국의 지상군이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첫 대규모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 백성의 유배지이기도 했던 이곳에서는 미군의 폭격으로 50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됐고 부상자도 200명이 넘었다고 이라크 측은 밝힌 바 있다.
교황청은 이와 함께 이번 전쟁이 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지역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의 동방 아시리아 교회는 수 세기 동안 번성했으나 로마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이는 이 지역 신자들이 단성설을 부르짖다가 파문당한 네스토리우스(381~451)를 추종한 데다가 이 지역을 다스리던 페르시아가 로마와 자주 전쟁을 벌인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에 있는 28만여명의 가톨릭 신자들은 1500년대에 아시리아 교회로부터 갈라져 나와 가톨릭으로 돌아와 고유의 동방 전례를 사용하는 갈데아 교회 소속 가톨릭 신자들이다.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가톨릭 신자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목격해 온 교황청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으로 얼마되지 않은 이라크 신자들에게 다시 한번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