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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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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언덕’ 메리놀(Maryknoll)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가을색이 완연했다. 뉴욕에서 출발한 지 50여분쯤. ‘오씨닝(Ossining)’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나 샛길로 접어들자마자 금세 수도원이다. 차에서 내리니 중국풍에 서양식 건축기법이 어우러진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한동안 감동에 젖어 있다가 10여분쯤 지났을 때서야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가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라(Go out and teach all nations).” 라틴어로 쓴 표어를 기억하며 들어선 5층 규모의 메리놀회본부에서 한국에서 사목했던 선교사들을 찾았다. 사전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온 터여서 별 기대를 걸지도 않았는데 마침 로비에서 우연찮게 한국에서 25년간 사목했던 마이클 더건(한국명 강덕현) 신부를 만났다.

“한국에서 찾아왔다”는 말에 너무도 반가워하는 더건 신부의 안내로 수도원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본부 성당과 수도원 팔각정 성직자 은퇴 요양원 성직자 묘역 등. 중국 광둥(廣東) 광시(廣西) 교구에 첫 전교지를 둔 탓인지 중국풍이 짙게 밴 메리놀회 본부는 웅장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아주 고풍스러웠다. 1925년 본관을 45년에 서쪽 건물을 56년 동쪽 성당을 각각 연결해 지어 공(工)자 모양으로 완공된 본부건물에 들어와 맨 먼저 찾아간 성당에서는 메리놀회가 진출한 35개국의 대형 국기가 제대 좌우 신자석 쪽 벽에 걸려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제대 좌우에 각각 열쇠와 칼을 든 채 서 있는 베드로 성인과 바오로 성인 그리고 십자가를 바라보며 짧은 기도를 마치고 나서니 다소 한기가 밀려들었다.

성당을 나서 성직자 묘역으로 향하던 중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근황을 물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사목했던 메리놀회원은 사제 150여명을 비롯해 수사 평신도 선교사를 합쳐 200명이 넘는다. 지난해까지 6년간 오씨닝 수도원장을 지내고 올해 안식년 중인 더건 신부는 이미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서울 부산교구서 사목했던 올해 97세의 칵슨 신부(요양 중)를 비롯해 배종섭(메리놀회지 편집장)신부 마침 한국을 방문했다가 홍콩에 간 반예문 신부 등은 아직도 건강하다고 전했다.

묘역에 들어서자 제임스 V. 파디 주교(청주교구장 역임) 조지 M. 캐롤 몬시뇰(평양교구장 역임) 패트릭 페터슨 신부(인천교구) 조셉 카너스 신부(초대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앨리슨 팔리 선교사 로맨 타이슨 신부(서울·인천교구) 등 한국에서 사목했던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연이어 모셔져 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여라”(마태 6 33)라는 한 줄의 묘비명과 이름 생몰 연월일만이 간단하게 기록돼 있는 묘비명 앞에서 고인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화살기도를 바치고 나니 너무도 맑고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선교지에 튼튼한 자립기반을 만들고 나면 떠나는 게 전통인 메리놀회. 78년간 평양 청주 인천교구 등에서 왕성하게 선교활동을 벌인 메리놀회의 단 하나 소원은 ‘첫 사랑’인 평양교구를 기억하며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800여명의 회원이 세계각국에서 선교를 하고 있지만 메리놀회는 이제 조금씩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인 예가 성소자 감소. 현재 메리놀회의 신학생 수는 25명에 불과한 형편. 또 강 신부가 사제로 서품됐던 1959년 당시 57명이 성품성사를 받았지만 2001년 1명 2002년 1명에 불과했고 2003년에도 2명이 예정돼 있는 등 사제성소가 너무 줄고 있다. 한국인 가운데는 메리놀회에서 김학범 손경수 신부가 활동 중이지만 아직 태부족이다.그래서 메리놀회는 한국천주교회의 아시아 선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 강 신부의 전언이다.

“한국 신자들은 정말 정이 많아요. 한국을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합니다.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고요.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어요. 이젠 한국말을 많이 잊어 먹어서 힘들긴 하지만 한국에서 편지가 오면 천천히 써서 답장을 합니다.”

“한국분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벗어나는 메리놀회 길목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선교사들의 열정 같은 붉은 낙엽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미국 뉴욕=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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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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