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동방정교회의 상징적 지도자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10일 두 종교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보호하는데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선언서에 서명했다.
서명식은 두 수장이 TV 생중계로 연결된 가운데 바티칸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각각 진행됐다. 교황은 이날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에게 이례적으로 극존칭인 ‘성하’(Your Holiness)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교황을 ‘우리의 손윗 형님’(our elder brother)이라고 부르는 등 매우 우호적인 형제애를 보여 주어 눈길을 끌었다.
이 공동선언은 정교회와 바티칸의 고위 성직자를 비롯해 과학자 신학자 언론인들이 5일간 아드리아 해역을 순회하면서 개최한 선상 심포지엄의 결과물이다. 공동선언은 인류와 모든 피조물이 물·공기·토지 등 지구 자원의 오염으로 인해 직면하게 될 부정적 결과에 대한 두 수장의 관심을 담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과 정치·경제적 결정은 인간 특히 훗날 이 땅에 살게 될 후손들에게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려면 모든 피조물의 근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인류는 환경위기의 근원인 탐욕과 죄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이 지구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자원을 어떻게 나눠 사용하고 무엇을 개발하고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 도출을 촉구했다.
선상 심포지엄을 마치고 양 교회가 분열되기 이전에 건축된 성 아폴리나리스
대성당에서 비잔틴 전례를 거행한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양 교회 사이에 심각한 신학적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양 교회가 일치되는 날을 사랑 안에서 기도하며 기다린다”고 말했다.
교황도 이날 삼종기도 시간에 양 교회의 공동선언에 대해 ‘새롭고 충만한 친교의 전조(前兆)’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교황은 2000년 대희년 준비단계에서부터 “양 교회가 긴밀한 협력과 형제
적 사랑으로 충만한 친교를 맺으며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며 동방정교회와의 대화를 추진해왔다. 전세계 3억 정교회 신자를 대표하는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1995년과 2000년 두 차례에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