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러시아의 4개 직할 서리구를 모두 교구로 승격시키고 모스크바의 하느님의 어머니 대교구장을 관구장으로 임명해 이들 4교구를 하나의 관구로 설정했다고 교황청이 11일 발표했다. 이로써 러시아 교회는 교회법에 따른 완전한 교계 제도를 갖추게 됐다.
교황은 기존의 북부 유럽 러시아 직할 서리구를 모스크바 대교구(하느님의 어머니 교구)로 남부 유럽 러시아 직할 서리구를 사라토프 교구(성 클레멘스 교구)로 각각 승격시키고 관구교구인 모스크바 대교구장 겸 관구장에 지난 91년부터 직할서리구장을 맡아온 타데우츠 콘드루지비츠 대주교를 임명했다.
교황은 또 서부 시베리아 직할 서리구를 노보시비르스크 교구(거룩한 변모 교구)로 동부 시베리아 직할 서리구를 이르쿠츠크 교구(성 요셉 교구)로 승격시켰다.
정교회가 득세해온 러시아 지역에는 지난 1858년에 모힐레프 대교구 관하에 30여개의 본당과 11만2000여명의 신자가 있었으며 1920년대 초반에는 신자 수가 160만명으로 증가했고 교구 또는 교구에 준하는 교회법적 관할구도 4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지역의 공산화로 가톨릭이 파괴됐고 구 소련이 붕괴되고 난 1991년 교황청은 유럽 러시아와 시베리아 러시아에 각각 직할 서리구를 두어 신자들을 사목하도록 했다. 그 후 유럽 러시아 직할 서리구와 시베리아 러시아 직할 서리구는 1999년에 각각 다시 두개씩의 직할 서리구로 분할돼 모두 4개의 직할 서리구 체제로 운영돼 왔다. 현재 러시아의 가톨릭 신자 수는 14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정교회는 교황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교회 신자들을 이간시키려는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당초 2월21-22일 모스크바에서 예정된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러시아 정교회의 알렉세이 2세 총대주교를 비롯한 정교회 고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취소시켰다.
그러나 교황청은 이번 조치가 정교회에 악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교회 신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가톨릭 신자들을 사목하기 위한 정상적인 행위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