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순간 눈부신 카메라 플래시 세례
무개차 움직임 따라 손 흔들며 환호
담화 개별 알현·기념촬영까지 90분
【바티칸시티=CNS】매주 수요일에 바티칸에서 열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례 일반 알현에 참석하는 순례객들에게는 공통된 표적이 있다. 그들의 눈은 흰 옷을 입는 81세의 할아버지에게 온통 쏠려 있다. 백발의 교황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교황에게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90분간의 만남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간절하게 때로는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전하려고 하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향해 교황은 끊임없이 이곳 저곳으로 시선을 움직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8월22일에 있었던 교황의 1002번째 일반 알현 또한 다른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교황이 볼 때는 몇 가지 새로운 점들이 있었다. 불교도 무용수들 고적대 폴란드의 민속노래 60명의 신혼 부부들 6명의 갓난 아이들이 그러했다.
오전 10시. 바오로 6세 알현실을 가득 메운 순례객들을 조심스럽게 수행원들이 교황의 무개차를 운전해 나온다. 순간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불빛 때문에 교황은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
갑자기 왼쪽에서 고적대가 성인들이 행진할 때 라는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푸른 포대기에 싸인 아기가 교황에게 건네진다. 교황은 아기의 이마에 축복을 하느라 4초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무개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개차가 회랑을 따라 움직이면서 수많은 손들이 교황에게 뻗쳐온다. 교황은 그들의 손을 가볍게 두드려주곤 한다. 그렇지만 악수는 하지 않는다. 언젠가 교황은 악수를 하다가 손가락에 낀 황금반지가 순례객 손에 빨려 들어간 일이 있었다. 물론 그 순례객은 몇 시간 후에 그 반지를 되돌려 주었다.
노란 모자들이 보인다. 교황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온 순례단이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폴란드 노래 소리가 이제야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또 폴란드 깃발도 눈에 띈다. 불교 무용수들이 머리에 쓴 핑크빛 스카프들이 화려한 꽃이 되어 흔들거린다. 징과 북 소리에 귀가 먹을 정도다.
교황은 연단에 도착해서 열개쯤 되는 계단을 서서히 올라 연단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청중들을 바라다 본다. 제일 앞줄은 병자들의 자리다. 휠체어에 탄 꽁지머리의 남자 부케를 들고 있는 다운 중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가 있다.
교황은 비서가 건네주는 종이 뭉치를 받아 들고서는 이탈리아어로 담화를 한다. 담화 내용은 시편과 매일매일 선과 악간의 투쟁에 관에 관한 것이다. 담화를 마친 교황은 자리에 앉고 이어서 참석한 단체들에 대한 소개가 계속된다. 냉방 장치가 가동 중이지만 실내는 덥기만 하다. 교황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청중들도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다. 그러다가도 자신들의 단체 이름이 호명되면 기뻐 뛰며 환호한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일어서서 의자의 양쪽 팔걸이를 잡은 채 주님의 기도를 바친다. 이제 교황을 직접 알현하는 순서다. 귀빈들 사제들 수녀들 그리고 평신도들이 길게 한 줄을 이루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교황에게 한 두 마디라도 말할 기회를 얻은 이 사람들은 행운아들이다. 그렇지만 무릎을 꿇고 교황의 반지에 친구를 하고 한 말씀이라도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는 순간 어느새 수행원들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개별 알현으로 모든 게 끝나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폴란드에서 온 고적대가 회랑을 통해 행진해 오더니 무대위로 올라와 교황을 둘러싼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한 소녀가 교황의 손에 친구를 하려 하지만 들고 있는 트럼본이 방해가 된다.
마침내 무대 위가 정리되고 교황은 아주 느린 걸음으로 출구를 향한다. 출구에서 다시 한번 홀 안의 청중들을 향한다. 청중들은 모두 손을 흔들고 교황은 지팡이를 들고 마치 지휘자가 연주를 하듯이 흔들며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