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북부 섬지역인 말루쿠 제도가 종교분쟁으로 최악의 유혈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1월 이슬람교인 집단과 그리스도교인 집단간의 충돌로 촉발된 이 지역의 종교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돼 지금까지 양측에서 4000명 이상이 숨지고 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특히 극우 과격 이슬람교도들이 성전(聖戰)을 명분으로 말루쿠에 들어온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었는데 지난 6월19일에는 이들이 하이마헤라 섬의 그리스도교인 마을을 공격해 이날 하루에만 노인과 어린이 여성을 포함해 170명 이상의 사망자와 1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6월26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했으나 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말루쿠의 주도 암본의 교구장을 비롯해 이 지역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해 국제적인 가톨릭 구호기구인 각국 까리따스에 긴급 호소문을 잇따라 보내 유엔의 즉각적인 개입을 호소했다. 이들은 이제 말루쿠 사태는 더 이상 분쟁이 아니라 이 지역 그리스도인들을 말살하는 대량 학살이 되고 있다면서 보안군마저 극렬 이슬람교도들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와히드 대통령에게 말루쿠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평화유지군을 현지에 배치하도록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와히드 대통령은 “말루쿠 사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면서 유엔 평화유지군의 국내 문제 개입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책위원회 위원장인 보스턴 대교구장 버나드 로 추기경은 지난달 21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말루쿠 지역에 대한 인도네시아 군의 투입이 유혈 분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해 분쟁 종식을 위한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로 추기경은 “이 지역의 질서가 즉각 회복되고 국제적인 원조기구들이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요청했다.
말루쿠 지역에는 현재 2000명 이상의 극렬 이슬람교인들이 성전 을 외치면서 그리스도인 말살 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8월중으로 1300명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유엔 평화유지군의 투입 등 국제 공동체의 개입 없이는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90가 이슬람교인이지만 말루쿠 지역은 이슬람교인과 그리스도교인의 수가 각각 절반 정도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