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인도네시아 정부가 12일 동티모르 사태해결을 위해 국제 평화유지군(PKF) 파병을 수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던 동티모르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하지만 이미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다 민병대의 학살과 약탈이 그치지 않고 있어 동티모르의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바티칸과 동티모르 교회는 민병대의 폭력행위를 맹렬히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의 신속한 개입과 전세계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동티모르의 정신적 지도자인 벨로 주교는 10일 포르투갈에 도착 “인도네시아의 배후 지원을 받고 있는 민병대의 학살은 끔찍한 ‘인종청소’(genocide)”라고 규탄하며 “학살의 광란 속에서 떨고 있는 동티모르인들을 구해달라”고 국제사회에 눈물로 호소. 6일 민병대의 주교관 습격 직전에 호주로 탈출했다 이날 포르투갈에 도착한 벨로 주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사태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곧바로 바티칸으로 떠날 예정.
한편 약 15명의 신부와 40여명의 현지 까리따스 직원들이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교황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이런 사악한 학살과 파괴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표. 교황은 벨로 주교 앞으로 보낸 이 메시지에서 “동티모르에 비치던 한가닥 희망의 빛이 학살의 광란으로 바뀐 것에 대해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며 동티모르의 평화를 위해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 교황청 국무원 외무부장 토란 대주교는 “바티칸은 국제사회가 즉각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토록 모든 외교적 채널을 동원해 탄원하고 있다”고 9일 바티칸 TV를 통해 밝혔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수와탄 주교도 “사제와 성직자를 포함해 엄청난 숫자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사태는 계획적인 학살행위”라며 12일을 ‘동티모르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의 날’로 긴급 제정하고 전세계 교회의 동참을 당부.
○…동티모르 현지는 취재진의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희생자 파악은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영국 가톨릭 구호단체(CAFOD)는 현지 선교사 특히 살레시오회 수녀들의 증언을 종합 “80만 인구 중 이미 2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현지에 남아있는 살레시오 수녀회 보티스타 수녀는 1일 CNS와의 전화통화에서 “300여명의 어린이와 여자들이 수녀원 구내로 피신해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일 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동티모르 까리따스 책임사제인 프란치스코 바렛토 신부를 비롯한 사제와 수녀들의 희생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국제 까리따스는 9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까리따스의 사제를 학살한 만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로마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침묵시위에 돌입.
바티칸의 선교소식지 ‘피데스’는 9일 힐라리오 마데이라(45)신부 프란치스코 타바레스(54)신부 디완토(34·예수회)신부의 사망소식을 알리고 “딜리와 바우카우 두 교구에서 최소한 15명의 사제가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 이어 ‘피데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번 사태는 교회를 겨냥한 계획적인 학살행위”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