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성전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본당 신자 15명으로 이뤄진 파이프오르간 반주단 음악인에게 무료로 시설을 제공하는 피정의 집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공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16일 새 성전 봉헌식을 가진 제주교구 고산본당(주임 허찬란 신부) 면면이다.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고산본당은 교적상 신자 330가구 915명에 주일미사 참례 평균 250~300명에 불과한 전형적 시골본당. 이 작은 본당에 여러 가지 놀라운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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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들이 함께 마련한 새 성전
1955년 신창본당 고산공소로 출발 1990년 본당으로 승격한 고산본당은 그동안 사용해온 건물이 낡아 2003년 10월 새 성전 기공식을 가진 지 1년 9개월 만에 새 성전을 완공했다. 새 성전은 대지 888평에 반지하 1층 지상 1층 연건평 385평 규모로 성당ㆍ유아실ㆍ대강당ㆍ피정자 방ㆍ식당ㆍ샤워실ㆍ영안실ㆍ교리실ㆍ사제관ㆍ수녀원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공사비는 14억7000여만원. 신자들이 자체로 4억여원 가량 모았고 본당주임 허찬란 신부는 심장병으로 쓰러지면서도 성전 건립을 위해 전국 본당을 다니며 기금을 마련했다. 전국 신자들이 함께 지은 성전인 셈이다.
이 시골 성전에 1억원이 넘는 6스톱(음전)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은인이 기증한 것이다. 특히 성전 벽과 바닥은 세라믹 재료를 천정은 미송을 사용해 이 작은 파이프오르간 잔향이 16스톱 파이프오르간에 버금갈 정도다. 십자고상 유리화 소공동체 그림 성모상 등 성전 안팎 성미술 작품은 가톨릭미술가회원 작품이 많고 비신자가 기증한 작품도 있다.
새성전은 천막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하느님 나라를 향해 순례하는 공동체를 드러내 제주 지역 기존 성당과 달리 내부가 원형에 가깝다. 천정 중앙은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성당 건축을 위해 관계자들이 모두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전례헌장」을 공부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본당 신자와 주임 신부의 헌신적 노력 타본당 신자들 정성이 합해져 아름다운 성전을 마련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신자들이 삶을 통해 성전을 거룩하게 만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초등부부터 70대까지 반주단 구성
이날 성전 봉헌 미사에서는 성가 반주자가 계속 바뀌었다. 그만큼 반주단원이 많다는 얘기다. 고산본당 반주단은 어른 9명 초중고생 6명 등 15명이나 된다. 모두들 음악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시골본당인 고산본당 반주자는 대부분 학생이었다.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제주시로 가게돼 6개월 이상 반주없이 성가를 할 때가 있었다. 본당은 2003년 11월 4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양 초청 음악회를 열어 농부 해녀 어부 신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후 제주교구 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헌 풍금 피아노 오르간을 모아 평일미사에 열심히 나오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반주단원 집에 하나씩 마련해 주고 매주 한차례 성당에서 개인 지도를 했다.
음악 의 음 자도 몰랐는데 이렇게 성가를 반주하다니 기적이죠. 처음 시작할 때 어느 세월에 반주하겠냐 며 불가능하다고 모두 그랬었죠. 지금은 반주단을 부러워해요.
30대부터 70대까지 주부 농부 할머니와 학생들로 구성된 반주단은 평일과 주일미사에 한사람이 창미사곡과 성가 등을 한곡씩 맡아 반주하고 있다. 지금은 외워서 치고 있으며 한곡씩 반주곡을 늘려 나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이날 성전 봉헌식에 앞서 지역 풍물패와 경찰 악대가 성당 앞 육거리에서 풍물놀이와 퍼레이드로 새 성전 건립을 축하했다. 민요합창단도 나와 민요를 불렀다. 지역민이 함께 축하와 기쁨을 나누는 잔치 모습은 도시 지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지역 비신자들은 잔칫집에 빈손으로 갈 수 없다며 찾아와 부조금을 내놓기도 했다.
성당에 담이 없는 것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표시다. 비신자가 기증한 300평에 달하는 아름다운 성모동산도 비신자들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통해 신자들을 유기농으로 유도하고 도시본당과 직거래를 주선하고 있는 본당은 현재 재가복지를 실시하고 있고 영안실과 성당(결혼식장)을 지역민에게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음악인에게 피정의 집 무료 개방
새성전에는 파이프 오르간뿐 아니라 반지하강당에 기증받은 그랜드 피아노가 있으며 방 5개와 식당 주방 샤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음악을 듣고 영상을 즐길 수 있는 50인치 벽걸이형 와이드 TV도 설치했다. 승용차로 10분거리에 있는 청수공소에도 5인 기준 방이 9개가 있고 주방도 갖추고 있어 피정의 집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음악을 사랑하는 피정자와 성가대에 숙박을 무료로 제공한다.
제주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수월봉 차귀도 섬이 인근에 있고 김대건 신부가 탔던 라파엘호 박물관 정난주 마리아 묘소도 가까이 있다. 또 녹차밭과 분재원 산방산도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이곳에서 숙박하면서 관광 순례가 가능하다. 연중 사용이 가능하며 비행기 항공권 문제도 상담해 줄 계획이다.
허찬란 신부는 성전건립에 따른 빚이 아직 있지만 하느님이 주실 것으로 믿고 있으며 성전 건립을 위해 받은 것이 많아 거저받았으니 거저주어라 는 성서 말씀을 실천하고자 음악인을 위한 피정의 집을 무료로 운영하게 됐다 고 말했다. 문의:064-773-2004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