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독일교회가 임산부 상담증명서 발급문제를 놓고 심각한 도덕적
갈등에 빠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달 22일 독일 주교회의에 서한을 보내 “일부
임신여성들이 상담증명서를 ‘낙태허가증’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교회가 상담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현행 독일법에 따르면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정부가 지정한 상담소에서 상
담을 거쳤다는 증명서를 발급 받아 병원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독일 교회는
전국 1700개 상담소 중 270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담자의 약 4분의 1을 설
득시켜 아이를 낳게 하는 등 생명수호운동에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교황은 이 서한에서 “교회는 언제 어디서나 한 목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에
모호한 태도나 타협을 뿌리치고 태아의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며 “상담활동을 통해 임신여성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낙태를 합법화하는
상담증명서 발급은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주교회의 의장 칼 레이만 주교는 “교황이 서한에서 상담활
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독일교회는 이미 1년여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상담증명서 발급
중단 여부에 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상담증명서 발급을 중단하
면 낙태 때문에 갈등하는 여성은 가톨릭이 운영하는 상담소에 발길을 끊을 것
이고 반대로 상담증명서를 발급하자니 낙태를 결심한 여성에게는 이 증명서가
‘낙태허가증’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가톨릭 여성단체들은 “만일 교회가 상담소를 폐쇄하면 위기에 처한 임신여
성들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며 계속적인 상담활동을 주장하고 있다.
로마 그레고리오대 윤리신학 교수 클라우스 뎀머 신부는 교황은 낙태문제와
관련된 이 사안에 대해 독일교회가 명확한 입장을 취해주길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담증명서가 낙태허가증으로 악용되는 제도는 교회의 통제범위를 벗
어난 문제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