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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사목일기] 비석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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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층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놀이가 비석놀이라 할까?
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예닐곱살배기부터 제법 덩치가 큰 초등학교 4 5학년 아이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일곱여덟명쯤 모여있다.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꾸러기는 다 모인 듯 하다. 모양도 제 각각인 비석을 줄줄이 세워 놓고 어른 발로도 열 발자국은 될 듯 싶은 거리에 서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비석을 쥐고 있다. 곧이어 비석들의 몸날리기가 시작되었지만 줄 세워져 있는 비석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우스운 것은 덩치가 큰 녀석이 어느새 보도블럭 만한 비석을 들고 와선 날리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바위 만한 비석이 줄비석 근처에도 못 가고 떨어져선 혼자만 외롭다. 작은아이들의 날렵한 작은 비석들은 저만치 줄비석 근처에 가있지만 어린아이발로는 펄쩍 원하는 뜀뛰기가 쉽지 않다.
인생도 그런가? 가지가지 온갖 수단도 부려보고 자신이 가진 온갖 재주도 사용해보지만 그렇게 쉽게 만족할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었다. 며칠 전 ‘명사와 함께’날에 이 지역 탐험가 한 분을 초대했다. 험한 산 사하라 사막 등을 다녀오신 그분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아이들은 모두 오지를 탐험하려는 열망이 가득했다. 아무 것도 없고 누구의 도움도 받기 힘든 순간에 나약해지려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승리한 그분은 일상에서도 빛나게 사신다. 문명의 편리함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극복한다는 개념보다는 그 편리를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
무엇 하러 그 높고 험한 산을 힘들여 오르고 사막을 횡단하는 수고를 하는가….
별이 쏟아질 듯한 밤을 사막에서 보내며 그분이 체험한 조물주에 대한 경외심을 이야기로 듣고 오늘을 사는 나와 이웃들을 떠올려보았다. 경제적인 빈곤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도 내가 만나야 하는 제일 중요한 인물은 누군가…. 이 쓸쓸한 광야에서 더 절절이 불러지는 이름은 누구여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갑자기 “와∼”하는 함성소리가 높다. 덩치 큰 녀석이 드디어 해낸 모양이다. 쓰러져 있는 비석 위로 졸고 있는 햇볕이 따사롭다.【정희경 수녀(제천 씨튼 어린이집 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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