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 한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 연기 결정을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문제의 발단은 필리핀 대법원이 지난 4일 레오 에체가라이(38)라는 한 사형
수에 대한 형 집행 연기 명령을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열살 된 의붓딸을 상습
적으로 강간한 혐의로 지난 94년에 기소된 에체가라이는 유죄로 판명돼 1997년
2월 대법원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
그러나 대법원은 4일 형 집행을 세 시간 남겨놓고 집행 연기 결정을 내렸
다. 필리핀 의회가 현재 사형제도를 존치하느냐 폐지하느냐 하는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현 회기가 만료되는 6월 15일까지 집행을 연기한다는 것
이었다. 여기에는 에체가라이의 형집행이 실시되면 지난 94년 사형 제도가 부활
한 이후 최초의 집행이 될 것이라는 문제도 작용했다. 필리핀은 1987년에 사형
제도를 폐지했으나 범죄 증가를 막기 위해 1994년에 다시 합법화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명령이 내려지자 사형 제도를 반대해온 산 파블로 교구장
프란치스코 산 디에고 주교는 승리 라는 표현을 쓰면서 환호했고 테오도로 바
카니 마닐라 보좌주교도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어둠 속에 있는 나라에 서광을
비추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어 지고 있다. 대법원
은 수많은 분노와 협박 전화에 시달렸고 의원들은 대법원 판사들을 탄핵을 주
장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반대 의견들이 제시됐다. 바콜로드 교주앙 카빌로 그레고리
오는 한 텔레비전 뉴스에서 에체가라이는 고통을 당해야 하며 벌을 받아야 한
다 고 말했고 도미니코 수도회의 에라스모 라미레즈 신부도 사회에 위험하고
해악을 끼치는 죄를 범한 사람은 제거돼야 한다는 중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
나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했다.
또 4백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성령쇄신운동 단체인 엘 샫다이 기도 재
단 은 성명을 내고 법원의 명령은 정의의 실패 라고 비난했다.
사형 제도에 대해 교회 인사들의 의견조차 엇갈리자 일부에서는 가톨릭 교
리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필리핀 주교회의의 교리
교육 위원회 총무인 살바토레 푸추 신부는 전반적인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이
름만 신자일 뿐이지 가톨릭 교리 특히 윤리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 지적했다.【마닐라=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