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신자 동쪽 향해 미사 봉헌' 주장 제기
성찬의 식탁이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를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들이 서로 마주보고 성찬전례를 거행하는 것은 오늘날 당연히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러나 불과 40여년 전 곧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만 해도 미사 드리는 모습은 이와 사뭇 달랐다. 제대는 보통 동쪽 끝 벽에 붙어 있고 사제는 등을 신자들에게 향한 채 돌아서서 성찬 전례를 거행했다.
이렇게 사제와 신자들이 같은 방향(동쪽)을 향해서 미사를 거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됐다. 최근 이탈리아 북부 보세에 있는 초교파 그리스도교 공동체인 보세 공동체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다. `전례 공간과 그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가톨릭 전례학자와 신학자, 교회 건축가들 그리고 정교회와 성공회 개신교 교회 전례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보세 공동체 원장 엔조 비안키 수사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14일자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회의 참가자들은 전례 집전자와 회중이 예수에게 더욱 확실하게 집중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사제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 얼굴이 아니라 등을 회중에게 돌리고 회중과 함께 동쪽을 향하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며 그분께 기도를 올리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약화되고 있는 이런 측면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이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때인 2002년 「전례의 정신」이란 저서에서 이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된 이 책에서 라칭거 추기경은 성찬 전례에서 사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제와 회중이 함께 주님을 향하고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찬전례 때는 사제와 회중이 함께 동쪽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주님을 향하여: 전례기도의 방향」이란 저서를 낸 영국의 우웨 마이클 랑 신부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 스테파노 루소 몬시뇰은 참가자들에게 사제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전례의 서로 다른 측면들이 강조된다면서 제대를 사이에 두고 사제와 신자들이 마주볼 때는 미사의 친교적 측면이 강조되는 반면, 성찬례의 희생제사적 본질은 사제와 신자들이 같은 방향을 향함으로써 강조된다고 말했다.
또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 전례학 교수인 케이쓰 펙클러스 신부는 이번 회의의 핵심적 결론은 성찬례를 거행할 때 회중이 사제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바티칸시티=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