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서품 뒤 첫 본당은 첫사랑 에 본당 주임으로서 첫 본당은 신혼 살림 에 비유되곤 한다. 게다가 성당까지 지었다면 본당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애틋할까. 본당 주임으로 처음 부임한 김형찬 신부와 서울대교구 봉천8동본당 공동체 사이가 그랬다. 눈물과 기도 로 성당 짓기 5년은 공동체 일치를 가져왔다. 김 신부는 19일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주례로 성전을 봉헌한 뒤 고백했다. 고통은 축복입니다. 십자가엔 남모르는 기쁨이 있어요.
봉천8동본당에 김 신부가 부임한 것은 2001년 3월. 1996년 본당으로 설정되긴 했지만 김 신부 부임 직전 터파기와 공사에 막 들어간 신설본당이나 마찬가지였다. 서민들이 사는 어려운 공동체가 성전을 신축하는 와중 우환 이 닥쳤다. 성전건립 공사 중 철골구조검사에서 건물안전성에 심각한 위험이 드러나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연약지반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시공ㆍ설계감리사와 계약이 취소됐다.
인근 상가 5 6층을 빌려 미사를 봉헌하며 다시 공사를 했지만 공사비가 똑 떨어졌다. 김 신부는 결단을 내렸다. 사제관 1억원 전세비를 빼 공사대금으로 내고 자신은 상가성당 사무실로 1년간 거처를 옮겼다. 한겨울 혹독한 추위도 임시 침대와 담요 하나로 버텼다. 이에 수녀들도 수녀원 전세비를 빼 공사를 도왔다. 보증금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반지하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느날 한 신자가 봉투 하나를 건네고 돌아갔다. 5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 결코 부유한 동네라곤 할 수 없는 동네에서 거금이 봉헌된 것이다. 모두들 기도의 사람 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자들은 애덕회 를 구성 6개조로 나눠 일주일마다 하루씩 새벽 6시부터 밤늦게까지 공사현장밥집을 운영 2500만원을 봉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동안 매입한 쌀은 20㎏들이 한포대뿐 나머지는 모두들 신자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신자들은 내놓을 게 없다며 금반지까지 내놨다. 바자회도 했고 김 신부는 이웃 본당들을 다니며 모금을 해 1억5000만원을 모았다. 신자들 열성에 공사장 인부들도 감동해 15명이나 세례를 받는 뜻밖의 선교 열매도 맺었다.
봉천8동본당은 성당 봉헌을 기념 첫 사업으로 어린이집을 열었다. 성요셉어린이집 과 소화어린이집 . 각각 40평으로 맞벌이부부 자녀들을 돌본다. 공사비 65억5080만여원 중 빚이 12억3000여만원이나 남았지만 지역에 진리의 빛 사랑의 불을 지피기 위해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