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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
가정과 생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셨던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을 주제로 전 세계 순례자들이 함께 모여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축제의 장을 갖기를 원하셨다. `세계가정의 해`를 선포하신 1994년 로마에서 제1차 세계가정대회가 열렸고, 이후 3년마다 한번씩 각 대륙에서 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가정안에서의 신앙 전수`를 주제로 1~9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이번 제5차 대회는 가정 사목 관련 단체들의 국제가정박람회, 국제 신학 및 사목회의, 가정 묵주기도, 그리고 가정대회를 절정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참석하는 8일 저녁의 축제 및 체험 발표와 교황이 집전하는 9일 아침 장엄미사 등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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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에 한국 대표단은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영오 신부를 단장으로 사제 4명과 부부 3쌍, 가정사목 종사자 등 모두 15명이 참가했다. 필자는 지난 1월 로마 교황청 가정평의회를 방문했을 때 가정대회와 관련된 내용을 들었고 참가를 요청받았기에 일찍부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참가신청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참가 신청자가 적어서 한국 참가단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세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모여 가톨릭교회의 보편성과 일치를 체험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한국 교회는 언어 소통 문제와 관심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한국 대표단을 모집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학술 행사에는 적극 참여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 경유지인 로마를 순례하고 가정대회에는 가정 사목 관련 단체 박람회와 8~9일 마감 행사 참가를 목표로 삼았다.
7월3일 출발한 한국 대표단은 로마와 아시시를 순례하고, 7일 발렌시아에 도착했다. 이미 로마에서 발렌시아로 가는 비행기는 성직자들이 가득했고, 전 인류복음화성 장관 세페 추기경도 맨 앞좌석에 앉아계신 것이 보였다.
마침 세페 추기경 옆에 앉게 된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황양주 신부는 추기경이 어려워서 2시간 동안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계속 찾아와서 인사하는 사람들을 웃음으로 맞이하고 이후 계속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고위 성직자이면서 이코노믹 좌석을 이용하고, 비서진 없이 직접 자기 짐을 끌고 가는 소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발렌시아는 스페인에서 세번째 큰 도시로 남동쪽 지중해를 접한 해양도시다. 도시 전체가 세계가정대회를 알리는 각종 현수막으로 축제 분위기였고, 처음으로 가톨릭 교회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데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방문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척 고무돼 있었다. 특히 이번 발렌시아 가정대회 포스터, 깃발, 기념품 등의 색깔은 교황청 깃발에 들어있는 노란색과 흰색을 조화시킨 것이어서 그런 분위기를 더욱 잘 드러냈고, 교황이 도착한 7일에는 하루 종일 이곳 언론에서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였다.
요한 바오로 2세 이전까지 교황은 거의 바티칸에 머물러 계셨기에, 전 세계 신자들이 교황을 만나는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계를 누비며 가톨릭 신앙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각국 신자들을 격려하면서 인종, 종파를 초월한 사랑과 인간의 존엄성, 가정과 생명의 가치를 선포했다. 세계청년대회, 세계성체대회, 세계가정대회 등 전세계 신자들이 함께 모이는 곳에는 꼭 참석해 각국에 가톨릭 보편성과 가치관을 알리고 베드로 후계자로서 가톨릭 신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전임 교황 발자취를 충실히 따르고 있고, 신자들은 변함없이 요한 바오로 2세께 드렸던 사랑과 존경을 새 교황께도 드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월드컵 응원에 등장했던 "대~한민국 짜짜작 짝짝" 구호가 "베~네딕토 짜짝작 짝짝"으로 변형되어 교황께 드리는 환호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난 1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교황 일반알현에서 교황께 드리는 환호로 처음 들었던 이 구호가 이 곳 발렌시아에서도 계속 사용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월드컵 응원 구호가 어느 새 국제적 구호, 더구나 교황께 환호하는 구호로 정착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