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로 서품된 왕런레이 주교가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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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 홍콩=외신종합】 교황청은 중국 교회에서 교황 승인을 얻지 않은 주교 서품식이 강행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황청은 2일 성명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일방적 주교 서품 소식에 큰 슬픔을 표시했다며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 가톨릭교회에서 이뤄진 이같은 불법적 주교서품은 중국 교회 공동체에 균열을 조성할 뿐 아니라 많은 성직자들과 신자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천주교 애국회는 11월30일 쉬저우교구 예수성심대성당에서 교황청 승인 없이 왕런레이(36) 쉬저우교구 부교구장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다. 교황청 승인 없는 일방적 주교 서품은 올 들어서만 지난 4월 쿤밍교구 마잉린 주교, 5월 안후이교구 류신핑 주교 서품에 이어 세번째다. 서품식은 자오펑창(난징교구) 주교 주례로 루신핑(난징교구)ㆍ수훙건(쉬저우교구) 주교가 공동 집전했으며 첸유륭(쉬저우교구)ㆍ펑신마오(헝수이교구) 주교, 류바이넨 애국회 부주석, 국가종교사무국 예사오원 국장을 비롯해 종교국 고위인사와 애국회 주요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잇따른 불법적 주교 서품이 "중국에 있는 모든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전세계 신자들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대단히 심각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교황청은 마지막 순간에야 이 사실을 알고 이같은 불법 서품을 막으려고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같은 불법적 주교서품이 자동 파문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행위임을 상기시켰다. 또 불법인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이 서품식을 집전한 주교들과 수품자가 겪는 영적 위기와 고통도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결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류바이넨 애국회 부주석은 아시아가톨릭연합통신(UCAN)과 인터뷰에서 중국 교회 관계자들은 적절한 연락 통로가 없어 바티칸에 알리지 않았지만 왕 신부가 주교로 서품되리라는 메시지를 바티칸에 전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류바이넨 부주석은 이어 "새 주교는 교회 관계자들이 만장일치로 선출했다"면서 "교황청은 중국 교회를 믿어야 하며 중국교회는 교회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이를 주교 후보로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장유 대변인은 서품식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교회 역사적 요인과 상황을 고려해 교황청은 중국교회가 `스스로 정해 스스로 임명한` 주교들을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황청이 중국과 공식 관계를 이루려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 내부 정치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은 진심으로 교황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서품된 왕런레이 주교는 산둥성 출신으로 베이징 신학교를 졸업한 뒤 1996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1년 쉬저우교구 총대리로 임명됐고 지난해부터는 교구청에서 일해왔다. 중국 교회 관계자들은 새 주교가 다양한 집단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 뛰어나며 매우 순종적 성격을 지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