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이탈리아)=외신종합】 이탈리아 교회가 지금 가장 큰 정치적 도박 중 하나에 끼어들게 됐다.
발단은 오는 12~13일 실시하는 인공수정 및 배아연구 관련 법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신자들을 대상으로 국민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정자와 난자의 기증을 일체 금지하고 있고 인공수정 치료를 이성 부부의 경우에만 한정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인공수정 금지 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진보 세력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금지법을 개정하고자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전체 50를 넘지 못하면 이 투표는 효력을 잃는다. 교회는 이를 위해 불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카밀로 루이니(로마교구 총대리) 추기경은 신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국민투표 불참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이탈리아 주교회의의 국민투표 불참 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교황은 5월30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이탈리아 주교회의 총회 참석자들에게 교황이 언제나 이탈리아 주교들이 관심을 갖는 모든 문제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특히 가톨릭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국민투표와 관련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주교들이 유권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요청하는 것과 같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권자들을 가르치는 주교들의 분명하고 확고한 책임은 모든 인간에 대한 사목자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성령의 빛과 은총이 사람들 양심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 연설에서 배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번 운동은 전쟁이 아니라 공동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주교들과 뜻을 함께하고 우리는 가톨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을 위해 하는 것 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와 더불어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도 투표 불참 운동을 지지하며 5월25일자에서 투표에 불참하는 것이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기사로 1면을 장식했다. 이 기사를 기고한 밀라노대교구장이며 윤리학자인 테타만치 추기경은 신자들 책임은 인간 배아의 생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면서 신자들은 효과적 방법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투표 불참을 촉구했다.
올해 초부터 루이니 추기경은 투표 불참은 시민의 의무를 어기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3월7일 이탈리아 주교회의 상임고문들에게 한 연설에서는 이번 투표가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몇몇 가톨릭인들은 이같은 교회 움직임에 의문을 갖지만 이탈리아 교회 지도자들은 투표 불참을 촉구하는 루이니 추기경 뒤로 모여들고 있다.
이탈리아 가톨릭 대학교 연합회장 엔리카 벨리 회장은 5월17일 라 레푸블리카 신문을 통해 협회가 루이니 추기경의 호소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회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투표에 불참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교회 지도자들은 결코 그들을 질책하거나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이성에 호소하고 인간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