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단 크루즈만 `특수 임무` 저술에서 밝혀
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 비오 12세를 납치하고 바티칸과 바티칸 소장 보물들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으나 히틀러와 가까운 한 친위대 장군이 이를 무산시켰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 최근 미국에서 발간돼 화제다. 1960~70년대 초까지 워싱턴 포스트지 해외 통신원을 지낸 단 크루즈만이 쓴 「특수 임무(A Special Mission)」(Da Capo Press in Cambridge, Mass. 간행)라는 책이다. 이 책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교황 비오 12세 때문. 비오 12세는 반 유다주의자여서, 또는 히틀러에 우호적이어서 2차 세계대전 당시나치 활동에 공개적으로 침묵을 지켰다는 비난을 일각에서 받아왔는데, 이 책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교황과 히틀러)은 지독한 원수지간이었다. 그들은 서로 경멸했다"고 크루즈만은 5월 31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교황이 히틀러를 싫어했는데 "히틀러가 비인간적일뿐 아니라 교회 조직 전체에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크루즈만은 또 비오 12세가 반 유다주의자라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비오 12세는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유다인 친구가 있었으며 이 친구와 평생 교분을 맺으며 살았다고 말했다.
6월 1일자로 출간된 이 책은 `바티칸을 장악하고 교황 비오 12세를 납치하려는 히틀러의 음모`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1943년 7월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무너지고 난 후 몇 개월 동안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믈러의 참모장이었던 카를 볼프 장군의 행적을 다루고 있다.
쿠르즈만은 볼프를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기회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하면서 그가 1943년 9월에 교황 비오 12세를 납치하라고 지시한 히틀러의 전폭적 신임을 얻었을 뿐 아니라 교황 비오 12세에게도 전폭 신뢰를 얻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볼프는 1944년 5월 바티칸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비오 12세에게 납치 음모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책에 따르면 히틀러가 교황을 납치하려 한 것은 교황이 나치의 반 유다주의 만행을 폭로할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히틀러는 교황이 발언하면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지어는 가톨릭 신자가 40를 차지했던 독일 내에서도 나치에 반대하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겁을 냈다는 것이다.
반면에 교황 비오 12세는 공개적으로 나치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취하면 히틀러가 바티칸에 대해 들고 일어날 뿐 아니라 이탈리아 도처의 수도원과 교회 등지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유다인들이 다시 위험에 처해질 것을 두려워했다.
크루즈만은 볼프가 고향인 다름슈타트로 돌아온 후인 1970년에 볼프와 최초로 인터뷰를 한 언론인이다. 볼프는 1984년에 사망했다.
【워싱턴=CNS】